이란에서 반정부시위 도중 숨진 사망자 추모식이 시작됐습니다. 추모식은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긴장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망자 애도 기간과 맞물려 추모 분위기가 다시 저항의 목소리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이날부터 반정부시위 사망자들을 위한 추모식이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이란에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40일째 되는 날 마지막 애도 행사를 치르는 전통이 있는데, 지난 1월 8∼10일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데 따라 이날부터 애도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죠.
앞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1일 반정부시위 유혈 진압에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는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혁명 기념행사에서 "국민 앞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모든 부족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1일 이란 당국은 시위와 관련해 총 3117명이 숨겼다고 공식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사망자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활동가 뉴스통신은 최소 70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추모식이 또 다른 반정부시위의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해 경계 수위를 높이는 모습입니다. 이란 당국은 4주 전부터 일부 유가족을 대상으로 공개 추모 행사를 열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추모식에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고 인권 단체와 유가족 측이 NYT에 전했습니다.
NYT가 입수한 영상에는 헬멧과 위장 장비를 착용한 보안군이 북부 레스피잔 등 최소 2개 이상의 도시에서 순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 속에서도 정권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연좌시위를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틈타 지붕 위로 올라가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퇴진을 외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습니다.
남서부 압다난 거리에서는 실제로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시민들이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자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호응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후 이 지역에는 장갑차를 동원한 보안군이 추가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스위스 제네바 대학원 연구소의 중동 정치 분석가인 파르잔 사베트는 "새로운 저항이 반드시 전국적인 시위의 새로운 동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현재 모두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對) 이란 군사 공격 실행 여부"라고 NYT에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카데미(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의 공동 각본가 메흐디 마흐무디안이 체포된 지 17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고 AP통신이 전했습니다. 마흐무디안은 이란 정권의 시위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체포됐었지요.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은 과거 자신을 고문했다고 생각하는 남자를 우연히 마주친 정비공 바히드가 복수를 위해 그를 납치하면서 겪는 불확실한 진실과 도덕적 혼란을 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17일 스위스 제네바서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둘러싼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이날 제네바에 있는 유엔 주재 오만 대사관 관저에서 간접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이란에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각각 협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자신도 간접적으로 협상에 관여할 것이라면서 "합의를 못할 경우의 결과를 그들(이란 측)이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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