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국세 비중 12→18% 확대
국세 71%… 근소세는 152%↑
과세 표준 구간 조정 필요 의견
대규모 성과급에 올 70조 예상
더 번 것 이상 떼갔다.
지난해 직장인이 낸 근로소득세(근소세) 수입이 70조원에 육박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근소세는 국세의 다른 주요 세목과 달리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거둬들인 근소세 증가폭은 총국세 수입 증가폭의 배가 훌쩍 넘는다. 세원이 그대로 노출되는 ‘유리지갑’ 월급쟁이들만 숨길 곳 없이 탈탈 털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득과 근소세는 증가하지만 과세구간은 변동이 없어 갈수록 월급쟁이 세금 부담만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며 과세 표준 구간 조정 등 조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세제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근소세는 해마다 증가하면서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대까지 확대됐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73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7조4000억원 늘었다. 샐러리맨들이 국세를 살찌우는 1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소세 수입은 6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61조원)에 비해 7조4000억원(12.1%) 늘었다.
2015년 27조1000억원 수준이던 근소세 수입은 2016∼2019년 30조원대로 뛰었고, 2020∼2021년 40조원대로 늘었다. 2022년 57조4000억원, 2023년 59조1000억원으로 불어나더니 2024년 처음 60조원 대에 진입한 데 이어 1년 만에 70조원을 육박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근소세는 전체 세수와 비교해 증가세가 유독 가파르다. 최근 10년간(2015∼2025년) 총국세 수입은 71.6% 늘어난데 비해 근소세 수입은 152.4%나 폭증했다. 증가율이 총국세의 2배 이상이다.
2023∼2024년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국세 수입이 쪼그라들었는데도 근소세는 꾸준히 늘었다.
근소세 비중은 2015년 12.4%였고 2018년까지 12%대를 기록하다가 2019년 13.1%로 커진 뒤 2020년 14.3%로 확대됐다.
2021년 13.7%로 반짝 줄었으나 2022년 14.5%로 다시 늘었고, 2023년(17.2%), 2024년(18.1%)에 이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10년 새 5.9%포인트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부가가치세 세수는 지난해 8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법인세는 2024년 20%대 감소했다가 지난해 30%대 증가하며 크게 출렁였다. 법인세 감세 정책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소세는 올해 70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면서 유례없는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재경부는 취업자 수 증가와 임금 상승 등에 따라 근소세 수입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독 증가폭이 크다.
상용근로자 수는 2024년 1635만3000명에서 지난해 1663만6000명으로 28만3000명(1.7%) 증가했다. 1인당 임금은 2024년 10월 416만8000원 수준에서 작년 10월 447만8000원으로 31만원(7.4%) 늘었다.
하지만 근소세는 명목임금 상승과 성과급 증가, 누진세율 구조로 10년간 부담이 150% 이상 치솟았다. 이 때문에 근소세를 놓고 ‘근로자가 봉이냐’는 지적과 함께 과세 합리화로 직장인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목임금이 상승하는 만큼 과세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근로자 월 임금이 연평균 3.3% 증가하는 동안 월급에서 원천 징수되는 근소세와 사회보험료의 합은 연평균 5.9% 늘었다.
특히 근소세의 경우 연 9.3% 증가하면서 직장인들은 ‘텅장’(텅빈통장)에 눈물을 흘렸다.
한경협은 이런 원인으로 물가 및 임금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소득세 과표 기준과 기본공제액을 꼽았지만, 모두 부분적 개편에 그치거나 미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4월 발간한 ‘최근 근로소득세 증가 요인 및 시사점’이란 제하의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상승률·실질소득 증가율과 세 부담이 근로의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 구조의 형평성과 부담 수준을 점검함으로써 세 부담의 형평성과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물가에 연동해 과세표준 구간을 자동 조정하고 있다.
명목 소득이 늘고 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중상위 소득 근로자들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로 인해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과세 표준 구간을 현실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법인세가 가장 많이 걷히던 때도 있었지만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을 거치며 지금은 소득세가 가장 큰 세목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다”며 “특히 반도체 등 대기업 이익이 늘면서 고소득층의 근로소득이 증가했고, 근소세도 늘어난 만큼 과세 표준 구간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직장인의 ‘유리지갑’ 부담이 계속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송신용 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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