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제분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재결정 처분을 받게될 지 주목된다. 제분업계는 밀약을 반복해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지만, 여전히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을 비롯한 국내 7개 제분사가 밀가루 가격 등을 밀약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중순 조사에 착수한 뒤 4개월째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가 제분 7사들이 담합했다고 판단하면 부당 이익을 환수하고 불법 행위를 제재한다는 차원에서 과징금과 더불어 시정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정조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심사관이 사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하며 조치 의견으로 이런 명령을 요청할 수도 있고 그와 별개로 전원회의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제분업체들은 2006년 담합 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더불어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60일 이내에 각 사가 밀가루 판매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그 근거와 결과를 보고하라는 것이 당시 명령의 요지였다.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 경우 공정위는 시한을 정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지난 후 다시 부당하게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가격을 보고하게 해 감시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20년 전 밀가루 담합 제재 때 공정위는 8개 업체에 과징금 435억원과 시정 명령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밀가루 가격 생산자 물가 인상률이 6년간 약 40%에 달해 공산품 평균(약 10%)을 크게 웃돌았다며 담합 관련 매출액이 4조1522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일부 제분사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과징금액에 이의를 제기한 업체도 있었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공정위 처분이 결국 합당했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공정위가 20년간 잠들어 있던 가격 재결정 명령에 주목하는 것은 담합이 그만큼 심각하고 뿌리 깊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최근 담합 의혹이 불거진 제분사 중 일부는 밀가루 가격을 4∼6% 정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제분 7사가 심판대에 오르면 담합 여부와 담합 관련 매출액 외에도 최근 이뤄진 가격 인하가 피해 복구를 위해 충분한 조치인지도 함께 심의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밀가루 외에 전분당 담합 의혹 등도 조사 중이어서, 앞으로 다양한 사건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 행위가 적발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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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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