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망명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가 러시아가 유럽연합(EU) 국경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리투아니아에 망명 중인 치하노우스카야는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를 돕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치하노우스카야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에 맞서 2020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당선에 실패했다. 이후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정권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벨라루스 영토에서 루카셴코 정권이 러시아의 존재감을 어떻게 강화하는지 목격하고 있다”며 “그들은 (벨라루스에) 핵무기와 러시아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벨라루스가 러시아 군수 산업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드론 제작 업체 등 러시아를 지원하는 기업이 약 300곳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치하노우스카야는 “이는 갈등 격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러므로 우리는 벨라루스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벨라루스 동부 공군기지에 배치했다.
‘개암나무’라는 뜻의 오레시니크는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으며 최장 5000㎞ 사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11월 이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공격에 처음 사용한 뒤 “현존 방어망으로 요격할 수 없다”며 그 위력을 과시한바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오레시니크를 EU 접경국인 벨라루스에 배치함으로써 유사시 EU 영토 타격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1962년 10월 당시 소련이 미국 코앞인 쿠바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던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핵미사일을 적국에 최대한 근접해 배치함으로써 신속한 타격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의 요격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미국은 소련과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미사일 배치를 막아냈다.
이 때문에 만약 러시아가 EU 국경에 바짝 붙여 핵미사일을 배치한다면 EU 역시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치하노우스카야는 러시아의 잠재적 EU 위협을 막기 위해선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서방이 적극적인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녀는 “민주주의 세계가 우크라이나인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다면, 푸틴은 더욱 대담해져 현재 위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몰도바나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주변국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또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벨라루스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승리하지 못하면 벨라루스의 변화는 수십 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면 러시아는 내부 문제로 약화하고, 따라서 루카셴코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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