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 차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와 제사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시 불붙었다.

15일 한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이용자의 글이 도화선이 됐다. 작성자는 “제사 빨리 없애세요. 모두가 행복해집니다”라며 “10여 년 전 집안에 막내인 저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결단력으로 제사를 없애고 성묘도 1년에 한 번만 간다. 지금의 30~40대가 주도해서 없애야 한다. 정말 ‘뻘짓’이고 ‘악습 중의 악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인네들 고집은 결단력으로 날려야 한다”, “저희 집은 제사 없애고 연휴에 모임도 안 한다.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고 썼다.

이 글은 16일 오후 11시 현재 조회수가 4만5000여회를 넘겼고 댓글이 423개 달리며 찬반 공방이 붙었다.

작성자는 노동 부담 문제를 특히 강조했다. 작성자는 “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는 분들께 여쭈어본다. 본인이 장보기, 음식 장만, 설거지 등 모든 노동을 하느냐”며 “말만 하는 분들은 그냥 가만히 계시라. 뒤치다꺼리하는 사람들은 늘 따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하라. 제사상 차리면서 마음 편하려고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거친 표현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글에는 공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댓글 작성자는 “제사 안 지내니 온 가족이 전부 행복하다. 돈도 안 들고 먹지도 않는 음식 안 해도 되고, 가족들끼리 고기나 구워 먹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차례상 힘겹게 준비하는 며느리들은 무슨 죄냐. 조상님 모실 거면 아들이나 딸들이 준비해야지 왜 며느리들이 하느냐”고 적었다. “가정 불화가 많았다면 안 하는 게 맞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반면 반발 역시 거셌다. 한 네티즌은 “제사는 부모와 조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예의를 갖춰 행하는 행위인데, 힘들면 자기 집만 안 하면 될 일을 지내는 집을 비하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이는 “각자의 방식대로 지내면 되는 거지 무슨 악습이니 뭐니 하느냐”고 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제사도 안 지내고 모임도 안 하는데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이 휴일일 필요가 있느냐”거나 “공휴일 반납하고 그냥 일하라”는 날 선 댓글도 달았다.

제사가 가족 결속의 기능을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가족들이 흩어져 살다가 가끔이라도 만날 기회가 명절과 제사”라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을 추모하면서 자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애를 다지는 순기능은 왜 빼느냐”는 지적이다. 표현 수위를 문제 삼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한 이용자는 “‘악습’으로 싸잡아 욕하는 건 경험 공유가 아니라 무례”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기본적인 도리를 업적처럼 나열한다”고 꼬집었다.

생활 방식 변화와 가사 노동 분담, 세대 인식 차이가 뒤엉키면서 제사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누구에게는 부담과 갈등의 원인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감사와 연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분출된 이번 공방 역시 그 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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