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헤이븐 등, 중재의향서 韓정부에 제출
중재의향서 제출 90일 뒤 정식 중재 제기 가능
쿠팡 美로비에 골치 썩는 韓… ISDS 제소 부담도
론스타 사태 13년 진행…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
전문가들 "국제사회에 韓 상황 소상히 설명해야"
미국 투자사들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을 문제 삼으며 법적 다툼이 확대되고 있다. 쿠팡 투자사들이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한 상황에서 투자사 3곳과 관계사 등이 추가 소송에 합류했다.
국내에선 쿠팡 사태가 론스타 사태처럼 큰 규모의 국제분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쿠팡에 대해 '선을 넘지 않는 법적 제재'를 가하면서도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국이 처한 상황을 소상히 설명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는 12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전날 미국 쿠팡 주주인 폭스헤이븐, 듀러블, 에이브럼스 캐피탈 및 각 관계사 등이 ISDS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추가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쿠팡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은 지난달 22일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상대 국가에 보내는 서면이다. 그 자체로 정식 중재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고 중재의향서 제출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 제기가 가능하다.
투자사와 관계사들은 중재의향서에서 지난해 12월 발생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회와 행정부 등이 쿠팡을 겨냥해 전방위적인 진상 조사와 각종 행정처분,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조치로 미국 주주들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는 설명이다. 또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ISDS 절차와 별개로 미 무역대표부(USTR)에도 관련 조사를 청원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번 제소가 제2의 론스타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대한민국 정부를 제소했다. ICSID는 제소 뒤 13년이 지난 지난해 11월에야 한국 정부 승소 결정을 내렸다. 미국 정부가 한국과 쿠팡의 소송이 오래 걸릴수록 통상 분야에서 지속적인 압박을 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외환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데 총 2조1549억원을 지출했다.
이후 헐값 인수 의혹을 둘러싼 고발 및 수사로 한국 정부가 매각을 승인하지 않자 론스타는 약 7조원 매각 차익을 남기고 한국에서 철수했고, 동시에 "한국 정부의 늑장 승인으로 손해를 봤다"며 ICSID에 한국제소했다.
지난 2022년 정부는 1심에서 패했지만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항소를 제기해 결국 4000억원에 달하는 국고를 지켜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미국 정치권 등에 전방위적인 로비를 해도 한국 정부가 국제 소송 대응에 더욱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우리 정부에선 소위 오버를 하면 안 된다. 한국의 법적절차를 넘어서 쿠팡에 제재를 가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차별 대우로 볼 가능성이 있다. 경제 주권과 법 주권이 한국에게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압력을 넣을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명백한 사실을 근거로 쿠팡이 보안에 정말 취약한 기업이고 이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는 공식적 입장이 있으면 될 것"이라며 "팩트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응하면 된다. 쿠팡이 오히려 적반하장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부는 정부 기준으로 나가면 된다. 미국 회사라고 하더라도 국내법을 어겼으면 상응하는 처벌을 하면 된다"며 "우리 법에서 한도를 정하면 된다. 다른 나라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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