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민주당의 내홍이 특이하다. 당에 대한 장악력이 역대 어느 대표 못지않게 강했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여당에서, 더구나 집권 초기에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이 포함된 갈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이른바 ‘명청 갈등’을 제기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한때 언론의 갈라치기 프레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홍은 구체화됐고, 범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 양상까지 보인다. 특검 추천 논란을 두고 지도부 책임론까지 거론된다.

지난해 여름 정청래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개혁, 특히 검찰 개혁의 속도를 둘러싸고 언론에서 ‘명청 갈등’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선명한 개혁 투쟁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민석 총리와 법무부 장관 역시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대통령실의 신중론을 뒷받침했다. 당 대표의 속도전과 대통령실의 신중론은 법왜곡죄, 재판중지법 추진 과정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당의 정치적 강경론과 대통령의 책임 있는 정책 수행의 결이 다를 수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 시절엔 지지 기반과 노선 모두 강경한 쪽이었다. 그러나 국정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대통령의 위치에서는 국민을 아우르는 현실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당과 대통령의 역할 분담으로 보는 해석도 있었다. 물론 이 대통령도 부동산 정책 등에선 속도전을 역설했다. 그의 신중론과 속도전은 선택적이다.

지난해 8월 정청래 후보가 ‘찐명’ 박찬대 후보를 이기고 대표에 오르면서 ‘명청 갈등론’의 여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청와대 출장소라는 과거의 여당과 달리, 대통령실과 여당의 엇박자가 자주 노출됐다. 대통령실과의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당내 친명계가 정 대표에게 반발하는 민주당의 내홍이었다. 친명과 당권파의 대결, 이른바 ‘명청 갈등’ 양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가 됐음에도 정 대표의 정당 리더십이 확고해 보이지는 않는다. 민주화 운동 세대이긴 하나 미래 권력으로 기대받는 주류는 아니었다. 대통령 권력 아래의 여당 대표라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에 맞서는 당내 친명계의 입지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취약하다. 애초에 이 대통령의 기반이 당내 비주류였으며 여기에 대장동 변호사들이 가세한 정도다. 대통령 중심의 여당 체제가 작동하지 않는 민주당의 리더십은 매우 불확실하다. 더구나 민주당의 중심축이었던 민주화 운동 세력이 점차 소진되고 당의 인적 구성과 정체성 자체가 과도기적 혼돈 상태에 있다.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에는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이었다. ‘개딸’로 상징되는 당의 강경 세력이 이재명 당시 대표를 옹위했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공동의 위기 의식과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가 민주당을 하나로 묶었다. 물론 이 대표 특유의 단호한 권력 정치와 포퓰리즘 역량이 그 장악력의 중심에 있었다. 요즘은 당권파와 친명으로 나뉘고 있는 친민주당 유튜버들이 당시에는 일제히 한목소리로 이재명 대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홍보했었다.

이제 통치 권력과 전리품까지 보유한 대통령이 되고 여당이 되었다. 대통령의 통치 권력이 절정에 있는 집권 초기다. 그런데 대통령과 당의 불협화음을 뜻하는 ‘명청 갈등’이 일상적으로 거론된다. 당권파와 친명계의 평행하던 불협화음은 권력 투쟁 양상으로 격화되었다. 서로 협업하면서 집결했던 ‘홍위병 유튜버’ 그룹도 여권 권력 투쟁에 개입하며 분열하고 있다. 오히려 야당 시절 공동의 위기 의식과 집권 의지가 구심력이었던 셈이다.

정청래 대표가 당장 대통령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 정당 리더십으로 미래 권력을 모색할 입장은 아닌가 보다. 개혁 속도전으로 리더십의 명분을 강화하고, 합당 등의 정치적 재편을 통해 민주당의 차기 전략을 주도하려는 행보였다. 한편으론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다른 한편으론 주도권 강화를 시도하는 줄타기로 보인다. 이번 합당 추진 무산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은 일단 타격을 받은 듯하다.

대법원 개편, 법왜곡죄와 재판중지법 입법, 특검 추천 파문 등 논란 거리의 대부분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은 매우 미묘하다. 정 대표의 최근 행보의 배경에, 사법 리스크의 완전 해소에 앞장서면서도 그것을 지렛대로 삼는 이중적 심리가 자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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