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부실기업 퇴출 방안 발표… 1000원미만 등 4대요건 제시
상폐기준, 7월부터 시총 200억으로 강화… 액면병합 우회도 차단
금융당국이 부실 상장 기업 퇴출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해 ‘좀비 기업’을 빠르고 과감히 정리키로 했다.
당국은 국민성장펀드와 모험자본 공급 등으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고 코스피 5000에 이어 코스닥 시장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그동안 쌓여 있던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적기라고 봤다.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폐하고, 시가총액 기준 상향, 공시요건 강화 등으로 올해 코스닥 상폐 대상 기업 수가 기존 예상 50개 내외에서 약 150개, 최대 220여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한국거래소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전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와 지방우대금융 지역 간담회’를 위해 광주를 방문해 “혁신기업의 성장 플랫폼인 코스닥의 전면적인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국민성장펀드와 모험자본 공급 등으로 혁신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성장하고 상장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 개선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지금이 체질개선의 적기라고 봤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새 정부 들어서 진작에 동전주 이야기를 했고, 부실 기업을 퇴출하겠다고 했다”며 “지금 (시장이) 좋은 시점에 깨끗이 정리를 하고 가는 것이 오히려 먼 미래를 위해서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는 동전주 상폐 요건 신설, 시가총액 요건 상향 조기화, 완전자본잠식·공시위반 요건 강화 등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형식적 상폐 요건으로 추가한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별도 심사 없이 최종 상폐된다.
액면병합을 통해 상폐를 피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액면가 500원, 주가가 300원인 기업이 동전주 상폐 요건을 피하기 위해 액면가를 2000원으로 병합,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올려도 상폐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이미 나스닥 등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도 1달러 미만 ‘페니스톡’(penny stock)에 대한 규제가 마련돼 있고, 5달러 미만 주식에 대해서도 투자자에게 주의를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번 규제안이 적용 기간 등에서는 나스닥보다 강한 규제라고 권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지난해 발표한 시총 요건 상향은 시기를 앞당긴다. 올해 1월 코스닥 기업의 시총 상폐 기준이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강화된 뒤 내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방안으로 상향조정 주기를 매 반기로 줄인다. 올해 7월 시총 기준이 200억원으로 높아지고 내년 1월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기준을 악용해 일시적 주가띄우기로 상폐를 회피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세부 적용기준과 시장감시도 강화했다. 현재 시총 기준을 30거래일 연속 하회할 때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간 연속 10거래일, 누적 30거래일 시총 기준을 상회하면 상폐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시총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즉시 상폐된다.
아울러 현재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때에만 상폐 대상으로 지정하지만,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기업도 상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반기 기준은 기업의 계속성 등에 대한 실질심사를 거쳐 상폐를 결정한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폐 기준도 강화한다. 현재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에서 누적 벌점 기준을 10점으로 낮춘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한 번이라도 위반하면 곧바로 상폐 대상 범위에 포함시킨다. 요건 강화와 함께 심사 절차도 효율화한다. 실질심사시 기업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을 1년으로 축소했다.
거래소는 개혁방안을 반영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올해 상폐 대상에 포함이 예상되는 코스닥 기업은 당초 50개사에서 최대 220여개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거래소는 코스닥본부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하고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해 부실기업 퇴출 속도를 높이고, 빈자리에 유망한 혁신기업이 원활히 상장될 수 있도록 상장제도 개선도 병행할 방침이다.
집중관리기간은 이날부터 바로 가동하고, 후속 조치가 필요한 절차 효율화는 오는 4월 1일부터, 4대요건 강화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권 부위원장은 “코스닥의 동전주와 작전주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는 얘기”라며 “진작 했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투자자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고, 좋은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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