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설탕값 4년 담합

담합 과징금 총액 기준 두 번째 규모

2007년 이어 재적발…구조적 반복 지적

공정위 "민생 침해 담합 엄정 대응"

1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설탕을 고르고 있다. 이날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사업자 간 거래에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확인돼 합계 483억1300만원(잠정)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설탕을 고르고 있다. 이날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사업자 간 거래에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확인돼 합계 483억1300만원(잠정)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국내 설탕 시장을 반복적·조직적으로 짬짜미해온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는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 과징금 가운데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들은 4년여 동안 음료·과자 제조사 등 실수요처와 대리점 거래에 적용되는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사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12일 3개 제당사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포함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4083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사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이다. 이번 사건의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가 그간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크다.

공정위에 따르면 3개 제당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인상 6차례, 인하 2차례다.

이들은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곧바로 반영하기 위해 설탕 공급가격의 인상 시기와 폭을 미리 맞췄다. 가격 인상에 응하지 않는 수요처에는 3사가 함께 대응하며 압박했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원가 하락분을 즉각 반영하지 않기로 사전에 조율했다. 원당 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 인하 폭을 축소하고, 인하 시점도 늦췄다.

이들은 대표, 본부장, 영업임원, 영업팀장 등 직급별 모임과 연락을 통해 조직적으로 가격을 맞췄다.

대표·본부장급 회의에서는 가격 인상 방향과 3사 협력 방안을 큰 틀에서 조율했다. 영업임원과 팀장들은 많게는 한 달에 9차례 만나 인상·인하 시기와 폭, 거래처별 협의 일정, 협의가 지연될 경우 대응 방안까지 세부적으로 맞췄다.

가격 변경 폭과 시기가 정해지면 전 거래처에 이를 통보하고, 필요하면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은 각 수요처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주도했다. 협상 경과는 수시로 공유했다.

예컨대 A 음료회사는 씨제이가,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각각 협상을 맡는 방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결과 제당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했다. 수요처는 가격 인상 압박에 놓였고, 부담은 결국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갔다.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담합으로 4년여 동안 기업들이 얻은 부당이득을 이번 과징금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3사의 설탕 가격 담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가격을 맞춰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국내 설탕 시장은 오랜 기간 과점 구조를 유지해왔다. 1954년 제일제당 설립 이후 부산제당 등 일부 업체가 진입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밀려났다. 현재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위원장은 "이와 같은 민생을 침해하는 담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대응해 나가겠다"며 "담합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는 관련법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철퇴를 맞은 뒤에야 CJ제일제당은 설탕업체 이익단체인 대한제당협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협회는 대외 소통과 원재료 구매 지원을 맡아왔지만 업체 간 접촉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공급업자의 교섭력이 우위에 있는 구조인 만큼 피해가 납품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유창권 대전대 물류통상학과 교수는 "대기업 주도의 성장 구조 속에서 과점 시장이 형성되고, 경우에 따라 독점에 가까워진다"며 "일시적인 단속으로 끝날 일이 아니고, 독과점 분야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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