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 소주 한잔…‘형식 없는 소통’
지지율 반등과 맞물린 ‘밥상 정치’
일각서 ‘타이밍 부적절’ 의견도…소통 이어질지 주목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았다. 저녁 무렵, 경호를 최소화한 채 시장 안 식당에 들어가 소머리국밥을 먹고 카페에 들러 차를 마셨다. 상인들에게 “장사가 어떠냐”고 묻고, 즉석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일부 장면에선 술을 곁들여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수출이 회복되고 주가도 오르고 있지만, 막상 식당에 와서 밥 한 끼 먹어보면 국민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느껴진다”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아직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 정책 성과는 통계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에서 확인돼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 책상 위 보고서가 아니라 ‘밥상 위 대화’에서 답을 찾겠다는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공식 복귀 이틀째인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에도 일부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아 식사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소통’ 행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는 2003년 서울 길음시장 방문 당시 순대국집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소주를 따라주던 모습이다. 2005년 노 전 대통령이 충북 단양을 방문했을 때는 지역 주민들이 권한 ‘오곡 막걸리’ 6잔을 연거푸 마시기도 했다. 그 이후 대강양조장 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주로 지정돼 공식 만찬에 200여회나 사용됐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간 뒤에도 마을 주민, 지지자들과 동네 식당에서 식사를 즐겼다.
노 전 대통령의 ‘밥상 토론’은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탄핵 국면, 개헌 논의, 남북정상회담 등 위기 때마다 그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식사를 이어갔다. 격식 대신 날것의 언어, 형식 대신 참여를 택했다. 서민적 음식과 술잔은 그 상징이었다. 지금도 노 전 대통령은 ‘서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이 대통령의 통인시장 방문 역시 이 전통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식 없는 소통, 경호 최소화, 즉석 발언, 서민 음식. 진보정부가 반복해 온 ‘서민과 밥 먹는 대통령’ 이미지의 재현이라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참여형 소통이었다면, 이 대통령은 직진형에 가깝다. 현장에서 곧바로 정책 메시지를 던지고, 비판에도 즉각 반응한다. 최근 부동산·금융·가짜뉴스 논란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 역시 같은 맥락이다. 통인시장 방문에서도 직설적 메시지를 실어 보냈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 국면에 접어든 상황과도 맞물린다. 참여정부 초기에도 격의 없는 현장 소통이 지지층 결집의 상징이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날 헬기 사고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 지나치게 밝은 분위기의 현장 공개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소통의 진정성과 별개로, 국가적 사건이 발생한 날의 행보는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노 전 대통령 식 ‘밥상 정치’가 국정 운영의 동력이었던 것처럼, 이 대통령의 현장 소통이 임기 후반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안소현 기자(ashright@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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