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1소위 민주당 단독 재판소원법 처리에

대법 법원행정처 차장 이례적 강력 반대 발언

“대법 3심 패소자에 불복기회 실질적 4심제”

“누군가 만족할 때까지 재판, 누군가 망가져”

“사법권 법원에 속한 설계가 국민피해 줄여”

대법원 확정판결에까지 헌법소원을 제기하도록 하는 재판소원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하자 대법원은 ‘4심제 변질’ 우려와 함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며 재차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기우종 차장(사법연수원 26기)은 이날 국회 법사위 법안1소위 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12월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도 재판소원이 4심제로서 불필요한 재판의 반복과 지연을 초래하고, 헌재의 심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1소위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1소위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기우종 차장은 “대법원까지 3심 재판을 거친 패소 당사자에게 새로운 불복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4심의 실질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권이 내세운 ‘사회적 약자 보호’는 당연하지만 오히려 재판소원이 강자를 위한 특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장에선 소송이 ‘경제적 강자’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누군가 만족할 때까지’ 재판을 계속할 순 있겠지만 재판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당사자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밤잠을 설치고 생활이 망가질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기 차장은 “중소기업이 수년간 공을 들여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아도 비슷한 물건을 파는 대기업과 법적 분쟁이 생기면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소송에 임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몇년에 걸쳐 소송에서 이겨도 소송으로 회사 자산을 다 쓰고 껍데기만 남는다”며 “그런데 대기업은 재판소원으로 또 분쟁을 끌고 갈 것”이라고 예를 든 것으로도 전해졌다.

나아가 “1987년 개헌 당시 사법권을 법원에 속하도록 한 것은 법원이 잘나서도, 예뻐서도 아니다. 그리해야 궁극적으론 국민에게 피해가 가장 적기에 이런 장치를 설계해 헌법에 또렷하게 담은 것”이라며 “이를 허물겠다는 법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는 전날에도 법사위에 의견서를 내 재판소원 도입에 전면 반대했다.

반면 법사위 법안소위원장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이날 소위 의결 후 브리핑에서 “재판소원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논의됐고 헌법재판소에서도 법안 발의를 요청했다”며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 신뢰를 높이고 국민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확정판결조차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 언제든 헌재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법사위 소속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과 사법재판은 다르기 때문에 4심제란 건 (실제와는) 다른 주장”이라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거대여당의 ‘날치기’로 규정하며 소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법사위 야당 간사 격인 나경원 의원은 “확정판결조차 정치가 마음을 먹으면 뒤집겠단 것”이라며 “사법 장악의 끝”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대법원은 전날 36쪽 분량 의견서에서 재판소원 도입 자체가 ‘4심제’로서 “재판의 지속과 반복으로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또 헌법상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 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101조 2항)는 조항을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원 재판을 최종심으로 해야 함”으로 풀이하며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 해서 대법원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헌법 해석 최종기관이 헌재이며, 헌재에서 재판소원 합헌이란 취지의 결정을 한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헌재 스스로가 2001년 2월 전원재판부 결정 등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고,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헌법규정상 지극이 당연한 확인적 규정’이라고 판시했다고 짚었다.

또 대법원 판결이 상고 이유 등에서 법률심 겸 헌법심의 성격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헌법이 ‘제5장 법원’과 ‘제6장 헌법재판소’를 병렬적 배치해 수직 아닌 수평적·독립적 관계를 설정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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