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내내 취업을 준비했던 수도권 거주 A씨(28)는 올해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매일 아침 취업포털 사이트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그는 그나마 있는 채용공고는 다 경력이라 이력서를 넣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취업 문 뚫기는 당연히 힘들고 인턴 했던 곳에서도 정규직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경력만 뽑는다는 말이 많으니, ‘열정페이’를 받게되더라도 쉬는 것보다는 일할 수 있는 경험이나 경력이라도 쌓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취업 전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세이상 취업자는 2798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만8000명 늘었다.
15~64세 고용률도 69.2%로 전년도 대비 0.4%포인트(p) 상승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5만2000명의 취업자수가 감소한 이후 13개월만의 가장 적은 상승폭이다.
청년층(15~29세) 고용 상황은 특히 차갑다. 청년 고용률은 43.6%로 전년동월대비 1.2%p 하락했고, 청년층 실업률은 6.8%로 전년대비 0.8%p 상승했다. 2021년(9.5%) 이후 1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도 27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명(4.1%)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1월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20대에서 4만6000명(11.7%) 쉰 인구가 증가했다.
60세 이상이 11만8000명(9.9%)으로 숫자가 많지만, 쉬는 청년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노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어도 젊은층의 일자리로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1월 실업율이 특히 높은 것은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올해 체감하는 취업시장이 유독 차갑다고 설명한다.
청년 일자리 관련 사업을 다년간 수행해온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경우 연말에 계약종료가 많고, 고용은 3월~5월에 시작되다보니 공백이 있어 1월의 실업률은 매해 높게 나타난다”면서도 “올해 유독 취업시장이 차가운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용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증시는 큰 폭으로 계속 오르면서 취준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5370선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날 코스피 지수가 2539.0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2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주로 일자리 창출 비율이 낮은 편인 반도체 등 일부 산업군에 집중돼 있고,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유통과 건설, 서비스업 등은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일자리 혹한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경제에서도 업종간 격차가 확인된다. 최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제조업 생산지수는 1년 전보다 1.7% 상승했다. 반도체·전자부품 제조업 생산지수가 10.2% 상승해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인 147.8을 기록하며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반도체·전자부품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지수는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지금 장세는 AI 투자붐이 견인하는 것이라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기힘든 디커플링이 진행 중”이라며 “1%의 저성장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원인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에서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는 제조 대기업의 고용이 급격하게 줄고 있어 대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