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 공급 방향이 건설과 임대 모두 '공공 중심'으로 주도되면서 민간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공에만 치우친 정책으로는 시장이 요구하는 '실질적' 공급이 어려운 만큼 민간을 통한 건설·임대 공급 활성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지난해 발표한 9·7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현재 공공 재개발의 최대 용적률은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법적 상한의 1.2배인 360%, 공공재건축은 1.0배인 300% 수준인데 이를 1.3배인 390%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용적률 인센티브에 민간 정비사업은 제외됐다. 야당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민간 정비사업에도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과 도정법 개정안 연계 처리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공공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경우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물량이 전체 공급 물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데,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힌 데다 인센티브마저 공공으로 쏠린다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공공 정비사업에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나오자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민간 정비사업도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공공 개발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더욱 많이 주고,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서는 인허가라든가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통해 속도감 있게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주권정부가 공공 주도의 공급만 하려고 한다는 말은 틀렸다"면서도 "활성화 방법에 있어서는 약간씩 다른 점(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가 이어지는 민간 공급과 달리, 공공 공급만 지원이 확대되는 상황이라 시장의 신뢰는 그리 크지 않다.
매입 임대도 민간과 공공에 대한 정책 온도차가 극과 극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매입임대에 대해선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공공 매입임대 사업의 경우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지원을 확대했다.
국토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공공의 다가구매입임대 출자 사업 예산은 작년 2731억원에서 5조6382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었고, 다가구매입임대 융자 사업 예산도 3조444억원에서 6조3788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시민단체도 공공 주도 임대에 날을 세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며 대통령이 민간 매입임대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지만, 정작 지난 4년간 16조7000억원을 들여 수도권에 집을 마구 사들인 건 다름 아닌 정부였다"며 "정부부터 매입임대 정책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공 정비사업을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재개발·재건축 지역이 조합 주도로 진행될 때, 조합원 간 갈등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고려해 공공이 토지 및 건축물 소유권을 이전받아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간이 해 온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공공도 할 수 있게 길을 터 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 물량만으로는 수요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으로는 전체 주택 수요량을 충족시키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과 민간 공급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으로 혜택이 치중될 경우 사업진행을 공공으로 할지, 민간으로 할지를 두고 주민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지금도 팔리지 않는 공공주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 주도의 공급이 얼마나 시장에서 통할지 의문"이라며 "민간에서 나올 수 있는 창의성과 근본적인 시장 작동 원리를 배제하고 (공공 위주로) 밀어붙일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은 다음 세대가 겪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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