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확대가 수요 견인… 소비·설비 동반 개선
건설투자 부진 이어져 “구조적 침체” 진단
美 관세·AI 조정이 변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9%로 기존 전망보다 높게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반도체 등 전자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1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1.8%)보다 0.1%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KDI는 매년 5월과 11월 정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2월과 8월에는 수정 전망을 내놓는다. 이번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와 같고 한국은행 전망치(1.8%)보다는 높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와 정부 전망치(2.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을 끌어올린 동력은 반도체였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의 주요 기업에서 대규모 자본지출이 예정돼 있다”며 “이 같은 투자 확대를 감안하면 반도체 경기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경제는 AI 투자 확대 기대를 반영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제된다. 최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매출 증가율을 기존 17.8%에서 39.4%로 대폭 상향 전망했다.세부적으로 보면 민간소비는 누적된 금리 인하와 실질소득 개선 영향으로 전년(1.3%)보다 높은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소득 개선을 반영해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투자 확대에 힘입어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가율은 수요 개선을 반영해 0.4%포인트 높였다.
반면 건설투자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가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증가율은 0.5% 내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실적에서 확인된 회복 지연을 반영해 기존 전망보다 1.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건설 부진이 단순한 경기 둔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봤다.
정 부장은 “통상 수주가 이뤄지면 시차를 두고라도 착공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그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며 “단순히 경기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으로 갈수록 인구 감소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건설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영향에도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을 반영해 증가율은 기존보다 0.8%포인트 높였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경기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년(1231억달러)보다 확대된 1500억달러 내외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전제를 상향 조정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기존보다 451억달러 늘렸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에도 소비 회복세 영향으로 전년과 같은 2.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경제 주요 위험요인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꼽혔다. 미국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호관세와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기대가 조정돼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도 변수로 지목됐다.
정 부장은 “반도체 관세가 현재 0%인데, 이 부분이 다시 부가될 그런 가능성도 있다”며 “관세 수준에 따라서 우리 경제의 개선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화정책 측면에서 당분간 금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하다고 봤다. 정 부장은 “현재 기준금리 2.5%인데 경기가 중립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금리를 통해 경기를 추가로 억제하거나 부양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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