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급 직원 1명이 검증 없이 단독 실행…내부통제 총체적 붕괴 질타

이재원 대표 “뼈저린 책임…강제청산 등 피해구제 폭넓게 적용할 것”

이찬진·권대영 “상시감시 사각지대…2단계 입법으로 강제력 부여”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거액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거액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60조원대 규모의 ‘유령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태를 일으킨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대해 국회와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수준’의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전산 실수가 아닌 내부통제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로 규정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의 상시감시 사각지대를 공식 인정하고, 전산사고 발생 시 거래소에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등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재원 빗썸 대표는 “최종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일 빗썸에서는 이벤트 보상으로 62만원을 지급하려다 대리급 직원 1명이 2000원 대신 2000BTC를 입력하면서 총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장부상 잘못 지급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결재 권한 분리나 교차검증 없이 막대한 물량이 전송된 시스템적 허점을 집중 타격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유하지도 않은 자산이 장부상 생성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가 완전히 무너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은 “이론상 1000만BTC도 오지급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1억원 내외면 구축 가능한 오류 예방 시스템은 외면한 채, 지난해 3분기까지 1993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지출했다”고 꼬집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테더(USDT) 이상 급등 사태 당시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해 놓고도 5개월 만에 대형 사고를 냈다”며 경영진 책임론을 부각했다.

빗썸을 향한 질타는 곧바로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번졌다. 당국은 이를 수용하며 고강도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외형이 성장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감독과 제도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의무화하고, 전산 사고 발생 시 거래소에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2단계 법안에 빠른 속도로 반영하겠다”고 보고했다.

사후제재에 머물던 기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부 기관의 주기적인 가상자산 보유현황 점검 의무화 등 강제력을 띠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가상자산에 시장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거래소 간 자산 대사 주기의 격차(업비트 5분, 빗썸 24시간) 지적에 대해 “5분도 사실 굉장히 길다. 실제 보유량과 장부상 잔고가 실시간으로 일치되는 연동 시스템이 돼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과거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발생 당시 총발행 주식 수를 넘는 부분은 입력 자체가 안 되게 정비됐다”며 “빗썸에 대해 10일부터 현장검사로 전면 전환해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 등 실태를 제대로 점검하고 확실하게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구제와 기술적 재발 방지책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고 직후 19시20~40분쯤 사이 거래 자동 차단이 지연되고 금감원 보고가 1시간가량 늦어진 점을 지적하며 폭넓은 피해 구제를 촉구했다. 이에 빗썸 측은 오지급 물량 중 매도돼 미회수된 125개(약 130억원)를 회사 고유자산으로 우선 매입해 정합성을 맞춘 상태라고 소명했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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