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김호중이 ‘억울한’ 피해를 당했다. 이 기나긴 핍박의 사연은 202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김호중에 대한 의혹이 인터넷상에 떠들썩했었는데 대표적인 이슈가 병역 비리설이었다. 일부 매체에서 그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 기사를 내자 많은 누리꾼들이 김호중에게 맹비난을 가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범람하면서 김호중에게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김호중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악플로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터넷 문화까지 생겨났다. 특히 병역 비리는 우리 국민들이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어서 반발이 컸다. 김호중이 입영연기 기한이 만료되었음에도 불법적으로 군 입대를 연기했고, 병무청에 로비해서 특혜를 받았고, 발목이 아픈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이 들불처럼 퍼져갔다.
많은 누리꾼이 이것을 그대로 믿고 온갖 악플을 쏟아냈다. 심지어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한번 퍼져가기 시작한 악플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밝혀진 진실은 입영 연기 기한이 지났다는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내용이었다. 불법적인 병역 특혜 또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그런 의혹을 보도한 매체는 정정 기사를 냈다. 김호중의 발목이 실제로 심각한 상태라는 것도 나중에 TV를 통해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제기됐던 다른 의혹들도 사실무근이거나 경미한 사안이 아주 심각한 잘못인 것처럼 부풀려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말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연예 활동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범죄 의혹 제기로 수사를 받았으나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갔다는 건 애당초 의혹 제기가 과도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의혹을 계속해서 사실로 단정하고 악플을 이어나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자 김호중의 팬들이 악플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나섰다. 방치하면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2021년에 악플러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그 소송의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그런데 소송 결과를 알리는 기사에 또 악플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이 이 소송을 김호중이 음주 사건 이후에 그를 비판하는 누리꾼에게 제기한 것이라고 오인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사들이 이 소송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송 결과만 알리면서 그 뒤에 엉뚱하게 음주 사건 관련 내용을 덧붙여서 빚어진 결과다.
그러면서 일제히 ‘김호중이 제기한’ 소송이라고 보도했는데 이것이 정확하지 않은 보도였다. 그런 보도들 때문에 나도 처음엔 정말 김호중이 제기한 소송인 줄로만 알았으나 알고 보니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팬들이 제기한 소송이었다. 관계자에 확인해보니, 다만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팬들의 요구에 김호중은 동의를 해줬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호중이 완전히 무관한 건 아니지만 그가 나서서 소송을 제기한 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설명 없이 ‘김호중이 안티팬을 고소했다’는 식으로만 보도가 이어지자, ‘음주 사고 이후 반성하지 않고 김호중이 시민들을 고소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2020~2021년에 김호중이 당한 피해가 워낙 심각했고 악성 루머를 방치해선 안 되기에 소송 대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호중이 가만히 있자 1년여를 두고 보던 팬들이 너무 답답해서 나선 것이 2021년 소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 만약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루머가 끝도 없이 퍼져갔을 뿐만 아니라, 단계를 거치면서 더 살이 붙고 증폭됐을 것이다.
이런 소문은 그대로 두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철썩 같은 믿음이 되는데, 그렇게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는 사후에 아무리 사실 관계를 해명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중에 그 루머 피해자가 다른 잘못을 했을 때 사람들은 ‘이 사람은 과거부터 온갖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니 역시 또 이러네’라고 하면서 여론상의 가중처벌을 하게 된다. 이래서 루머의 피해가 두고두고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루머 사태를 만든 가해자가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이니 그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더욱 발 벗고 나섰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소송 결과에 대해 일부 언론은 오히려 오해를 초래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쓰고, 누리꾼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비난에 나서서 2020년 이래의 피해를 증폭시켰다.
이런 식이면 피해자가 루머 피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음주 사건은 당연히 잘못한 것이지만 루머와 억측에 의한 ‘묻지마’ 집단공격도 사회악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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