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편집국장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갈수록 일파만파다.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직원의 단위 입력 실수로 60조원대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했다.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75개인데, 3500배가 넘는 62만개의 ‘유령 코인’이 탄생했다.
곱씹고 되새겨봐도 어처구니 없다. 상식이 실종됐다. 파장은 단순한 ‘입력 실수’란 해명을 이미 훌쩍 뛰어 넘었다. 국내 거래소는 내부통제시스템의 허술한 민낯을 다시 한번 그대로 드러냈다. ‘은행이라면 퇴출감’, ‘구멍가게 보다 못한 거래소’라는 비판이 결코 과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인 빗썸은 물론, 다른 가상자산거래소, 한발 더 나아가 국내 가상자산시장 전체의 신뢰를 송두리채 흔들고 있다. 가뜩이나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해 시장 체력이 허약해진 상황이라 충격파는 더 크다.
금융당국은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태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들, 특히 가상자산정보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가 노출된 것”이라며 “구조적 취약점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빗썸에 대한 정밀 검사에 착수했고, 업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는 더 발끈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1일 긴급 현안질의를 통해, 사태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책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이찬진 원장, 빗썸 설립자와 최고경영진까지 줄소환했다.
업계는 초상집이다. “사고는 빗썸이 쳤는데, 왜 업계 전체를 적대시하느냐”고 볼멘소리도 있다. 여론은 ‘아이 밥투정’ 정도로 넘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23년 ‘김남국 코인 사태’로 가상자산시장 전체에 ‘주홍글씨’가 낙인된 끔찍한 상황이 연상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시장에 어떤 규제 후폭풍이 불어 닥칠지 두렵다”고 우려했다.
당장 발등의 불은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이다. 가상자산시장에 우호적이었던 국회도 규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 2024년 7월 시행된 1단계 입법(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름 그대로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로 공식 편입한 게 핵심이다. 이를 토대로 규제의 틀을 만들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다는 게 입법의 큰 틀이다. 당초 예상보다 ‘더 센’ 규제 폭탄이 예고된다.
가상자산을 기초로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도 제동이 걸릴 위기다. 미국은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첫 상장했다. 현재 26개까지 늘었다. 캐나다·홍콩·영국·캐나다·독일 등 여러 나라가 현물 ETF를 경쟁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물 ETF 허용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도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도입이 늦춰질 전망이다. 이찬진 원장은 “금융의 안정성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지분 규제’에 대한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업계 목소리에 귀를 더 넓게 연 국회와 강한 규제를 주장한 금융당국은 이견을 보여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안으로 저울추가 기울고 있다. 산업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 만큼 합당한 지배구조 규제가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면초가다. ‘믿음’ 자체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업계도 ‘맞을 매’는 맞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스스로 감내하고 신뢰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려도 크다. 과도한 불신이 고착될 경우 국내 시장 전체가 길고 먼 어둠으로 터널 속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탓이다.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000만명에 육박한다. 주식시장을 위협할 만큼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기초체력과 히스토리는 여전히 빈약하다. ‘어른 아이’ 상황이다. 모질 게 회초리를 치되, 차분히 시장을 살리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가상자산은 그래도 포기 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산업 중 하나다.
김화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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