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50억달러 채권에 1000억달러 몰려

xAI, 사모펀드서 34억달러 조달 협상 과정

‘하이퍼스케일러’ 올해 차입액 585조 달해

천문학적 ‘쩐의 전쟁’ 이제부터는 위험 구간

이규화 대기자
이규화 대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패권을 잡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빚투’ 전쟁에 뛰어들었다. 막대한 현금을 쥔 기업들조차 채권과 대출 시장으로 달려가 실탄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자금 조달이 원활한 지금은 축제 분위기지만,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감당해야 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파벳이 8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발행한 15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회사채에 무려 1000억달러(약 145조원)의 주문이 몰렸다.

수요가 폭주하면서 40년물 채권의 가산금리는 당초 예상됐던 수준보다 크게 낮아졌다. 알파벳은 영국 파운드화와 스위스 프랑화 채권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화로는 100년 만기 초장기채 발행까지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기업이 세기를 넘기는 만기의 자금을 끌어오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돈을 끌어오는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이 있다. 알파벳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이 최대 1850억달러, 한화 약 27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 네트워크 등 인프라 확충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이미 지난해에도 대규모 채권을 찍어냈던 알파벳이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자금조달 시장을 노크한 이유다.

구글 로고. 연합뉴스
구글 로고. 연합뉴스

알파벳의 행보를 지켜보는 다른 빅테크들도 마음이 바쁘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xAI는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로부터 34억달러(약 5조원)를 조달하는 협상을 마무리 중이다. 특수목적법인이 자금을 빌려 엔비디아 칩을 산 뒤 이를 xAI에 임대하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전통적인 채권 발행이 어려운 현실을 우회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칩 확보가 곧 경쟁력이라는 판단이 만들어낸 금융 기법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미 지난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차입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오라클은 이달 들어서도 추가로 거액을 확보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이들 기업의 차입액이 4000억달러, 한화 약 58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 역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들이 전통적인 의미의 ‘돈이 없는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수십 수백조원씩 보유한 기업들이 굳이 빚을 내는 이유는, 지금 뒤처지면 영영 따라잡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AI 인프라는 먼저 깔아 놓는 쪽이 장기적인 비용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리 환경이 변하거나 기대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부채는 순식간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월가에서 “진짜 위험 구간은 지금부터”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페달을 더 세게 밟는 이유는 모델 경쟁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챗GPT의 월간 성장률이 다시 1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또 코딩용 AI 모델의 이용량이 출시 직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이런 흐름을 발판으로 1000억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 단계로 끌고 가고 있다. 올트먼은 투자자들에게 자사 모델이 경쟁 서비스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I 빅테크의 경쟁은 이제 ‘쩐의 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더 좋은 모델을 더 빨리 내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칩과 더 큰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는 곧 더 많은 자금을 요구한다. 지금은 투자자들의 ‘콜’이 몰리고 성장률이 회복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구조 속에서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치명상이 될 수 있다. AI 패권 경쟁이 금융 전쟁의 양상으로 번지면서, 빅테크들의 베팅은 점점 되돌리기 어려운 강을 건너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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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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