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그룹 사외이사 절반 임기만료

‘거수기’ 논란 불식 인사영입 사활

독립·전문성 미흡 시 주총서 탈락

기업 지배구조 혁신 전환점 기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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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사외이사 교체를 앞둔 주요 대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국내 50대 그룹에서 활동 중인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가량이 올해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들 중 상당수를 새 사외이사로 교체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코스피 6000’ 이상을 노리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주주의 이익을 위한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기조 등을 고려했을 때 새로 뽑은 사외이사나 회사 모두 ‘낙하산’ 또는 ‘거수기’ 논란에 휘말릴 경우 주주친화에 반하는 시범 케이스로 찍힐 수 있다는 것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다.

정부여당은 개정 상법에 명시된 ‘이사의 주주이익 충실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외이사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까지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기업들이 제대로 주주친화 경영을 하는지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안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주총이 지금까지 총수 1인에 집중됐던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의 ‘대변혁’을 알리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9일 공개한 ‘2025년 50대 그룹에서 활약하는 사외이사 및 2곳에서 활동하는 전문 사외이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그룹 가운데 올해 2월 이후로 임기가 남아 있는 전체 사외이사 1235명(중복 포함) 가운데 6월 말 전까지 임기가 공식 만료되는 인원은 44%(543명)로 집계됐다.

이들은 내달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되거나 혹은 다른 인물로 교체된다. 일단 이들 가운데 103명은 지난 2020년 6월 이전부터 사외이사 임기를 시작했던 만큼, 무조건 교체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등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대 6년이다. 103명 중 10대그룹 소속은 40명(38.8%)이다.

실제로 KT는 다음달 박윤영 신임 대표이사 승인 등을 위한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3명의 후임 후보를 확정했다. KT는 ESG 분야에 윤종수 KT ESG위원회 위원장(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고문), 미래기술 분야에 김영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경영 분야에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이사를 각각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계분야는 공석으로 두고 내년 주총서 정할 방침이다.

이번 논의는 이사 교체를 넘어 최고경영자(CEO)의 권한과 이사회의 견제 구조까지 고려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특히 독립성이 중요한 감사위원을 중심으로 새 사외이사 후보를 찾기 위해 지방대 교수들까지 샅샅이 평판조회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 전에 운영 지침을 공개하고 이사 선임 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만큼 시간 여유도 많지 않다. 만약 해당 내용이 주주들을 납득시키지 못할 경우 사외이사 후보가 탈락되는 민망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이 회사가 선임한 인사를 엄격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진 만큼, 관행적 인사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모두 갖춘 후보군을 꾸리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의무적으로 둬야 하는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초대기업이나 대다수 금융회사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감사위원을 겸하려면 재무·회계 분야 경력이 필요해 누가 선임될지가 관건 관건”이라며 “이번 주총서 회사가 선임한 사외이사가 승인되지 않는 사례도 드물게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추인하는 형식적 역할에 그쳤다면,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는 이사회의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을 요구한다”며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은 단순한 인력 교체를 넘어 이사회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와 학계는 기업이 과도한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면책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을 병행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jwj17@dt.co.kr),
이상현 기자(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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