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갑)

철도안전법 개정안

아침 출근길 지하철은 누군가의 정치적 주장이나 집단의 분노를 실험하는 공간이 아니다. 생업을 위해 집을 나선 시민들에게 출근 시간대 지하철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인프라에 가깝다. 그런데 그 필수적인 공간이 반복적으로 점거되고 멈춰 서면서, 수많은 시민이 인질처럼 붙잡히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 비정상적인 풍경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할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탈시설을 외치며 출근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인 탑승 시위는 이미 사회적 논쟁의 단계를 넘어섰다. 지하철 문 앞에 드러눕고, 열차 운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수만명의 발을 묶는 방식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나 ‘권리 주장’으로 포장될 수 없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장되는 것이고, 권리는 책임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출근길 시민의 통행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관철돼야 할 권리는 없다.

이들은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그들을 사지로 몰아내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과 무관한 ‘탈시설’까지 요구하며 서울 시민을 괴롭히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반복되는데도 이를 제어할 실질적인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행 철도안전법은 철도차량의 운행 방해를 금지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처럼 통행량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벌어지는 조직적 시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 처벌 규정이 없다. 그 결과, 시위는 반복되고 시민들의 분노는 쌓이며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법의 공백이 갈등을 키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출퇴근 시간대 등 통행량이 집중되는 특정 시간 구간에 지하철역 구내 또는 철도차량에서 집회 및 시위 등으로 다수 승객의 통행을 현저히 방해하거나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해당 행위에 대해 형을 가중해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철도안전법 개정안은 뒤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강경 대응’이 아니다. 최소한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법치의 정상화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두고 장애인 인권을 억압하는 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과연 장애인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왔는지 되묻고 싶다. 수년간 반복된 방식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는커녕 시민과 장애인 사이의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시민들은 피로해졌고, 장애인 정책에 대한 공감대는 오히려 약화됐다. 과연 인권 운동이 지향해야 할 방향일까.

인권은 공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멈춰 세우는 방식은 공감을 강요하는 방식이지,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분노와 혐오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전체에게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위를 ‘장애인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옹호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본다.

출근길 시민들도 각자의 삶에서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다. 지각으로 불이익을 받고, 계약직 노동자는 해고를 걱정하고, 자영업자는 하루 매출을 놓친다. 이들의 삶 역시 존중받아야 할 권리다. 특정 집단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해서, 다른 수많은 시민의 일상이 희생돼도 된다는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법은 그 균형을 잡기 위해 존재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시위를 전면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 시간과 방식의 문제다. 출퇴근이라는 가장 취약한 시간대를 노린 조직적 운행 방해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공질서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떼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방치하거나 한쪽의 목소리에만 편승하는 게 아니다. 조용한 다수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번 입법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시민의 통행권과 공공질서를 지키는 동시에, 장애인 정책 논의를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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