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경제단체와 긴급 현안 회의

김정관 장관 "공적 책무 망각한 사례"

산업부, 보도자료 전 과정 감사 착수…법적 조치도 검토

전문가들 "자산 해외 이동 원인 분석도 병행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산업부 주요현안과 관련하여 출입기자단에게 브리핑한 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산업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산업부 주요현안과 관련하여 출입기자단에게 브리핑한 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산업부 제공]

정부가 대한상공회의소의 엉터리 가짜뉴스 논란과 관련해 연일 비판 수위를 높히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연 긴급 현안 회의에서 대한상의 보도자료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감사 착수와 책임 추궁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무역보험공사에서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등 6개 경제단체 상근부회장 등과 긴급 현안 회의를 했다.

가짜뉴스 관련 업무는 산업부의 업무 범위는 아니다. 다만 산업부가 대한상의를 소관하는 부처인 만큼, 최근 보도자료로 불거진 상속세 가짜뉴스 논란이 이날 회의에서 주요 현안으로 논의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산업부 주요현안과 관련하여 출입기자단에게 브리핑한 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산업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산업부 주요현안과 관련하여 출입기자단에게 브리핑한 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산업부 제공]

먼저 김 장관은 "상속세 부담에 자산가 유출 세계 4위라는 지난 3일 대한상의 보도자료는 법정단체로서 공적 책무와 책임을 망각한 사례다"라고 정면 비판했다.

대한상의가 최소한의 검증 없이 민간 추계 자료를 인용·확산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상의가 상속제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인용한 통계의 출처는 전문조사기관이 아니라 이민 컨설팅을 영업목적으로 하는 사설업체의 추계에 불과하다"며 "이미 다수의 해외 언론과 연구기관이 해당 자료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같은 날 산업부 기자실에서 열린 '주요 현안 브리핑'에서도 대한상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가업 상속 이슈나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대한상의의 보도자료를 보고 이 정도까지 심각하다고 인식했었다"면서도 "이후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대한상의에서 인용할 정도의 내용이면 공신력 있는 기관 자료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민 컨설팅 업체 자료였고 자료에 나오지도 않은 상속세가 등장했다"며 "숫자에 대한 컨펌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는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의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가 2400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었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증가의 배경으로 상속세 부담을 지목했다. 하지만 해당 조사는 방식 자체의 신뢰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다 원문 어디에도 '상속세로 인해 한국을 떠난다'는 인과관계가 명시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옸다.

이재명 대통령도 SNS에서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엄정한 책임과 재발 방지를 강조하는 등 정부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대한상의의 해당 보도자료 작성·검증·배포 전 과정에 대해 감사를 착수했으며, 결과에 따라 담당자 문책과 법적 조치 등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6개 경제단체에는 자료 작성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나 부적절한 자료 인용이 없도록 내부 시스템 점검을 주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상의의 보도자료와는 별개로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해외로 이주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는 흐름 자체는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8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자산 10억원 이상 해외 이주자는 2022년 102명에서 2023년 139명, 2024년 175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감사와 압박으로만 대응하면 대한상의의 상공인 대변 기능이 위축되고, 장기적으로 정책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며 "실제로 왜 기업과 자산이 해외로 이동하는지도 원인을 분석해 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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