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상속세 때문에 고액 자산가가 국외로 탈출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자료를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강력 비판하면서 가족승계 경영 경향이 강한 제약업계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전통 제약사들의 대주주 일가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심심치않게 드러내며 관련 제도 개편을 기대해 왔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가족간 경영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한국 사회의 상속세 개편 동력이 크게 약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약업계에서 나온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한미약품, 한독, 안국약품, 삼진제약, 보령, 대원제약 등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창업자 2·3세 승계를 통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계는 오너 자녀 승계 관행이 가장 뚜렷한 곳"이라며 "상속세 재원 마련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미래의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큰 곳은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의 98% 이상을 보유한 만큼 가장 큰 상속세 부담을 안고 있다. 서 회장은 과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최근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와 차남 서준석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2세 경영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서 회장의 셀트리온홀딩스 지분가치는 현재 시장에서 11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될 경우 세금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서 회장은 과거 "내가 떠나고 나면 상속세 때문에 어차피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라며 토로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도 상속세와 관련이 있다. 서 회장은 지난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내 지분율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5%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가와 상관없이 보유 지분 절반을 상속세로 납부하더라도 2세 승계가 가능하다. 제일 좋은 상속 방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전통제약사들 중 상당수가 오너 부부와 자녀들 중 복수의 인원이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이는 때론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령은 일찌감치 3세인 김정균 대표 체계를 가동하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미약품과 GC녹십자는 모자간 경영분쟁을 겪었다. 대웅제약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었다.
중소형 제약사 오너들은 대부분 가족으로 주식이 분산되지 않은 형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상속세 문제가 발생하거나 회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위더스제약의 성대영 대표는 회사의 지분 54.43%를 가지고 있으며 그 외 가족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은 지분 43.2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상속세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매각한 사례는 없다. 다만, 한미약품은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사모펀드로의 매각설이 흘러 나온 적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오너들은 보유중인 주식 외 매각할 만한 자산이 없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강민성 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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