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가상자산 정보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가 노출된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거래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인허가를 제한하는 방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기입만으로 전산상의 가상자산이 만들어지고 실제로 거래되는 황당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며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시스템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통(레거시) 금융에 들어올 수 있을지 기본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빗썸의 '유령 코인' 이슈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6일 빗썸이 이벤트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인당 2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해야 했지만 2000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빗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비트코인을 전산상으로 생성해 이용자에게 지급하고, 이를 받은 이용자들이 곧바로 시장에 매도하면서 다른 거래소 대비 가격이 급락했다. 현재 금감원은 빗썸뿐 아니라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사업자 감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이에 현재 제정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관련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이번 사안은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등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들, 특히 가상자산 정보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가 노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구조적 위험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규제 감독 체계가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인허가와 관련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도록까지 규제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실무진이 1차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던 부분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현재 금감원에 가상자산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얼마 되지 않고, 그 인력들도 그나마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에 집중적으로 투입돼 있어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금요일 저녁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존의 경우 월요일에야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면, 이번 토요일 아침 일찍 현장 대응하는 것도 소비자 관점의 보호 체계가 조금씩 작동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아직까지 빗썸이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회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이 원장은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원물 반환 의무가 있는 상황에서 오입금된 자산을 현금화한 사람들은 사실 지금 재앙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정책의 영역이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가상자산과 레거시 금융이 연동되며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 쪽이 흔들리면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 그 중 주요 원인이 ETF 영향이라고 지적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의 안정성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은 분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