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 전형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2027학년도 수능에서는 ‘역대급’ 규모의 N수생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고3 현역 수험생들은 예년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190여 개 대학의 2026학년도 정시 선발 인원은 8만6004명으로 전년 대비 9402명 감소했다. 반면, 출생률이 높았던 ‘황금돼지띠(2007년생)’ 수험생과 16만 명에 육박하는 N수생의 영향으로 지원 건수는 오히려 1만 8257건 늘어난 51만 4873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시 모집 탈락 건수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42만8869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정시 탈락자가 늘어나면 재수를 선택하는 인원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의대 모집 인원 증가와 지역의사제라는 또 다른 핵심 변수까지 떠오르면서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의대 모집 인원의 경우 다음 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연간 700∼800명 상당을 올해보다 더 선발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상위권 학생에게는 ‘수능 재도전’에 대한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한 규모다. 실제로 의대 모집 인원이 일시적으로 약 1500명 늘었던 2025학년도 수능에서 N수생은 16만1000여 명으로 2004학년도 이후 최다를 기록한 바 있다.
2027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는 지역 출신 최상위권 학생의 N수 유인으로 꼽힌다. 지역의사제란 의대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선발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제도로, 해당 의대 소재지나 인접 지역 중·고등학교 졸업자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지방 학생으로서는 의대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 열린 만큼 이미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능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종로학원은 정시 탈락자 증가와 의대 관련 정책 변화 등으로 16만명 초반대의 N수생이 나올 것으로 본다.
2004학년도 수능 이후 N수생 응시자가 16만명을 넘긴 것은 2005학년도(16만1524명)와 2025학년도(16만1784명)뿐인데, 올해에는 최소 이에 버금가는 규모의 N수생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특히 “의대 모집 인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신설은 N수의 매우 강력한 유인”이라며 “고득점 내신을 보유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노리고 반수나 N수를 선택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역시 “의대 모집 인원이 작년 수준만큼은 아니더라도 늘어나기는 할 것이라는 점, 2026학년도 수능에서 현역(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상태)으로 응시한 황금돼지띠 수험생 37만1천여 명으로 매우 많은 점에서 볼 때 올해 N수생은 ‘역대급’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불(火)수능’이 올해 입시 판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026학년도 수능은 절대평가인 영어의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치는 등 매우 어려웠다고 평가된다. 이에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수시에 합격한 대학보다 낮은 대학의 정시 모집에 지원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작년 수능이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는 조금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반수’(대학에 입학한 상태로 다시 수능을 치르는 것)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에 따라 기존 수능 체제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도 N수 열풍에 화력을 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추어 큰 상관관계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의 중론이다.
임성호 대표는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큰 틀에서 7번의 변화를 겪는 동안 개편 직전 해에 N수생이 증가한 건 2번뿐”이라며 “2008학년도 이후로만 본다면 4차례 개편에서 N수생은 모두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7학년도 통합 수능이 마지막 해라는 이유로 N수생이 평소보다 더 몰릴 수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며 “수험생들이 오히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리적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작년 불수능으로 수험생이 재수를 결정하는 시기 역시 빨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해 가지 못한 수시 합격 대학과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 간의 수준 차이가 매우 큰 탓에 수능 직후부터 ‘재수해야겠다’ 마음먹은 아이들이 계속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N수생이 예년보다 최대 10% 정도는 늘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입시 설명회 참석 규모는 그 이상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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