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장벽 논의 ‘한미FTA공동위’ 지연

쿠팡 사태·온라인플랫폼법 등에 협상 더뎌

政, 외교력 집중… 대미투자 실무협의 가동

정부가 미국의 관세 인상 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도 '진전된 입장'을 요구받는 등 대미 무역 협상에서 다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채널로 한미 관세 협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른바 '쿠팡 사태', '온라인플랫폼법' 이슈 등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관세 협상 이후 일본의 첫 대미 투자까지 가시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관보에 게재하는 작업까지 실무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한국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면 일본·유럽연합(EU) 등 경쟁국보다 관세가 높아져 수출 등에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8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당초 작년 12월 비관세 장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작년 관세·대미 투자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하고, 비관세 장벽 이슈는 한미 FTA 공동위를 열어 정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이 (대미)전략 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관련 사안에서도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도 상당 부분 양보 압박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미는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 식품·농산물 교역,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식재산권 등 현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양국이 작년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식품·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정부는 '검역 절차, 위해성 검사' 등 분야의 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시장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조인트 팩트시트를 근거로 미국이 한국에 식품·농산품 시장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도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한미 관세 협상 팩트시트에 담겨 있다. 양국은 이 밖에도 지식재산권, 노동, 환경 규제, 수산 보조금, 공급망 공조 강화 등의 분야 현안을 놓고도 협상하고 있다.

이처럼 비관세 장벽 협상은 관세와 대미 투자 등의 문제를 놓고 '빅딜'이 가능했던 지난해 관세 협상보다 더 많은 쟁점을 다뤄야 하고, 분야별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합의해야 해 통상 당국은 미국 측과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對)한국 관세 인상' 발언 이후 한국 정부는 외교·통상·안보 라인을 총동원해 미국의 관세 인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 철회나 유예' 등과 같은 답변은 듣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한국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기 위한 관보 게재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산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국회 입법 상황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하며 관세 인상 조치의 철회나 최소한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벌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 선정·투자 이행 등 절차를 신속하게 밟을 수 있도록 대미 투자 추진을 위한 한미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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