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이벤트 보상 잘못 지급
투자심리 위축속 신뢰도 추락
정치권 “실수 아닌 시장 교란”
규제 완화 분위기 다시 급랭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 법인거래·파생상품 허용 움직임 등으로 그동안의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에 빗썸이 찬물을 끼얹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폭락과 거래대금 급감 등 이중고 속 시장 신뢰도 문제까지 불거지며 투자심리는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에 우호적이었던 국회도 강한 비판을 내놓으며 추가 규제를 예고했고, 국회와 금융당국이 이견을 보였던 ‘대주주 지분 제한’ 논란도 금융당국의 규제안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8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국회와 업계 안팎에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빗썸은 이벤트 보상으로 이용자 695명에게 비트코인 62만개를 잘못 지급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75개에 불과하지만, 있지도 않은 비트코인이 실제로 이용자 계좌에 입금됐다. 이용자가 위탁한 코인 4만2619개를 감안해도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번 사태가 단순 오류가 아닌 시장 교란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시장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면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통제와 시스템에 대한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정부와 국회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 중 발생하면서 규제 강화 가능성도 커졌다. 빗썸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 중인 금융당국은 빗썸뿐 아니라 거래소 전체로 검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디지털자산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제서야 나왔지만, 이번 사태로 빗썸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신뢰도 문제를 다시 처음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빗썸만의 문제가 아닌 시장 전반의 신뢰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이 내부 전산 상 코인을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증명됐고, 다른 중앙화 거래소 역시 시스템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다른 거래소는 실제 보유한 수량 만큼만 거래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빗썸 사태로 투자자들의 투심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그동안 우리나라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법인과 외국인 거래, 가상자산 발행이 금지돼 있고, 새로운 상품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불가능하다며 해외 거래소 대비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토로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산업이 성장 가능성이 커질 때마다 거래소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등졌다.
업비트에서는 이미 수년 전 이번 사태와 유사한 ‘8번 계정’ 논란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수백억원대 해킹 사고를 냈다. 고팍스는 여전히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피해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고, 코인원은 임직원이 상장을 빌미로 ‘뒷돈’을 받는 등 크고작은 사건들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사업자 최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의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을 제한한다고 이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감시하는 눈은 많아지는 것”이라며 “산업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지배구조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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