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실무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문제를 협의했다고 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규제를 담고 있다.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됐지만 빠른 산업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인 대형마트는 매출이 정체됐고, 반면 쿠팡은 새벽배송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며 외형을 급격히 키웠다.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미국 모회사로 이전됐다.
이미 새벽 배송은 생활 인프라가 됐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고, 시간의 가치가 커진 상황에서 ‘언제 받을 수 있느냐’는 구매의 중요한 속성으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도 모바일 앱 하나로 새벽에 상품을 받아보는 데 익숙해졌다. 이를 외면한 채 오프라인 중심의 낡은 규제를 유지하는 건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물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보호는 가볍게 다뤄질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보호는 봉쇄와 다르다. 경쟁을 차단해 시간을 벌어주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소상공인이 디지털 전환과 상품·서비스 차별화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규제가 혁신을 막는 울타리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갈라파고스식 규제는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이런 왜곡된 규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유통은 물론이고 플랫폼, 금융, 모빌리티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돼야함이 마땅하다. 이들 분야 역시 업태와 형식을 기준으로 한 낡은 규제에 묶여 혁신과 경쟁이 제한돼 왔다. 이제는 금지부터 해놓고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문제를 사후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도 살고 소비자 편익도 늘릴 수 있다. 이번 조치가 시장 변화를 제도가 따라잡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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