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원내대표 담판 전격 합의

실질적 성과 위해 입법권 부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일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을 3월초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인상 예고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야가 '국회 비준 동의'라는 쟁점을 덮고 '국익 우선'을 선택한 결과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이 같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당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전담할 국회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하고, 특위에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입법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특위 위원 수는 민주당 8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1명 등 16명으로 확정됐다.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이 각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조건도 명시했다.

송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비준 동의안은 특위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향후 비준 동의 부분에 대해 추가로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것으로 상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미국 측의 관세 인상 메시지가 있었기에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국익 차원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 원내대표는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에 대해 "현재 본회의 부의법안이 있고 상임위에서 올라올 법안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서 양당 수석이 전체 법안을 놓고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일정은 속도전으로 전개된다. 여야는 오는 9일 본회의를 열어 특위 구성결의안을 의결하고, 활동 기한을 의결 후 1개월로 설정했다. 특위는 구성 직후 법안 심사에 착수해 3월초 본회의에서 합의된 법안을 최종 처리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당초 거론되던 5일 본회의는 열리지 않는다.

여야는 12일 본회의에서는 현재 부의됐거나 상임위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들을 양당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쳐 함께 처리할 방침이다.

국회에 계류된 대미투자특별법은 총 6건이다. 해당 법안들은 한미전략투자기금과 투자공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기본 틀은 유사하다. 차이는 국회의 개입 정도다.

민주당 발의안 5건은 대체로 중대한 영향이 우려되는 대규모 사업 정도만 국회의 사전동의를 받는 내용이다. 반면 야당안은 미 측에 사업을 제안하기 전부터 국회를 설득하도록 했다.

한편 이번 합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미국의 고강도 통상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에 투자하지 않는 동맹국에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겠다"며 오는 3월 중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추가 관세 행정명령 서명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막판까지 고수하던 '국회 비준 동의권' 요구를 철회한 것도 이 같은 '관세 인상 시그널'이 현실화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 안보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형식적 절차 때문에 우리 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강력히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 처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특위 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윤정·윤상호 기자

kking152@dt.co.kr

4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협상 끝에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구성에 합의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양당 원내대표가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연합뉴스]
4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협상 끝에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구성에 합의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양당 원내대표가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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