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美, 관세인상 관보 게시 부처 협의중”
김정관·조현 등 통상 라인, 사실상 ‘빈손’ 귀국
국회, 12일 본회의 열고 법안 처리키로
미국의 ‘25% 관세 시계’가 관보 게재를 향해 돌아가고 있다. 한국 정부의 통상 라인이 미국으로 총출동했지만 관보 게재 철회나 연기 등 명확한 답변을 받아내지 못했다. 국회는 뒤늦게 여야 합의로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12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국민의힘은 일단 국익 차원에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점을 받아들여 한 발 물러섰다.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절대로 국회에서 법을 지연시킨 것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정부도 국회에 책임을 전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와의 협의 일정을 마무리한 뒤 취재진을 만나 “(관세 인상의 관보 게재가) 미국 내에서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미국 정부 내에서도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방미한 여 본부장은 이번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副)대표와 논의했다.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이후 전화 통화를 했고, 전날 만나기로 했으나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 인하 발표로 일정이 어긋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관세 합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지만, 최소한의 목표였던 ‘관보 게재 보류’나 ‘시행 유예’에 대한 언급은 끝내 이끌어내지 못했다.
외교부는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배포한 자료에서 “조 장관은 양국 관세 합의와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국내적 노력을 설명하고, 통상 당국 간 원활한 소통과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 당국 차원에서도 계속 협력해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발표한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 자료에는 관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대신 민간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협력 같은 장기적 협력 의제만 강조됐다. 당장의 관세 폭탄을 막아야 하는 한국의 절박함과, 입법 결과를 보겠다는 미국의 태도 사이 온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상황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과 기타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보 게재는 대통령 발표 이후 행정부 내부 검토, 관계 부처 협의, 시행 시점 확정이라는 단계를 거친다. 이미 관보 게재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는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다. 일단 관보에 실리면 관세 부과는 되돌리기 어려운 수순으로 접어든다. ‘협의 중’이라는 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이지만, 언제든 실행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대미투자특별법의 ‘입법 지연’이다. 미국 측은 여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자국이 민감해하는 법안은 속전속결로 처리하면서도, 정작 한미 관세 합의의 후속 입법인 대미투자특별법은 상임위에조차 올리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정부의 쿠팡 사태 대응이나 국회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 등도 관세 인상 압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밴스 미국 부통령은 김민석 총리에게 쿠팡 사태부터 따졌다’고 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설명드린 바와 같이 미국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와의 회담에서 정중한 어조로 쿠팡 문제에 대해 문의했고, 김 총리의 설명을 듣고 상황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안소현 기자(ashright@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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