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시청·청취했다는 이유로 청소년과 아동을 공개 처형하거나 중형을 가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4일 미국과 영국 현지언론 등은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탈북민 2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인터뷰에 따르면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음악을 소비하는 행위는 노동교화형, 공개 망신, 심지어 사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유층은 뇌물을 통해 처벌을 회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극심한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들은 학생때부터 당국이 공개 처형을 강제 참관하도록 조직적으로 동원했다고 증언했다. 한 탈북민은 2017~2018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외국 영상물 유포 혐의로 사형이 집행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이 시민 수만 명을 모이게 해 처형을 진행했다며 이러한 처형은 주민을 통제하기 위한 ‘본보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 역시 10대 시절 학교에서 학생들을 처형장으로 데리고 가 “이렇게 된다”며 공포를 주는 일이 반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콘텐츠가 과거보다 빠르게 북한에 유입되며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고등학생들이 처형됐다는 소문이 국경 지역에서 퍼졌다는 내용이 확인됐으며, 자유아시아방송이 2021년 함경북도에서 ‘오징어 게임’ 유포 혐의로 한 주민이 사형당했다고 보도한 사례도 있다. BTS 등 K-POP 음악을 듣다가 적발된 청소년이 처벌받은 사례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한 영상물 시청이나 소지 시 최대 15년의 강제노동형을 규정하고 있고, 대량 유포나 단체 시청의 경우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탈북민들은 이러한 법이 특히 저소득층과 연줄이 없는 주민을 더 가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아시아 담당 부국장 사라 브룩스는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이 존재한다”며 “당국은 주민의 정보 접근을 범죄화하면서 공무원들은 이를 통해 뇌물을 받아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주민 전체를 ‘이념적 감옥’에 가두고 있다며, 외부 세계를 알고자 하는 주민에게 가장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이 시스템은 국제 인권 기준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