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3일 다주택자를 향해 ‘돈 마귀에 빼앗긴 양심’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썼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들에 대해 얼마나 깊은 혐오와 증오로 가득 찼는지 명확히 드러낸 대목이다.

지난달 23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로 시작된 ‘예고’는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와 “망국적 투기”, “빈말 할 이유 없다. 엄포 아니다. 마지막 기회다”로 이어지더니, 이날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것은 아닌가”, “청년 피눈물은 안 보이나”, “내란도 극복했는데,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나”라는 엄포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향해 던진 이런 메시지는 정책 예고라기보다 ‘최후통첩’에 가깝다. 규제의 칼을 들고 다주택자와 정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굴복시키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없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역사에서 시장과 전쟁을 선포해 승리한 권력은 없었다. 오히려 ‘엄포’와 ‘겁박’으로 점철된 대책은 언제나 시장 왜곡과 가격 폭등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거래는 마르고, 매물은 숨고, 불확실성은 커지고, 그 부담은 실수요자에게 먼저 전가됐다.

이미 시장은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남긴 ‘실패의 유산’을 경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강한 규제와 도덕적 메시지는 정치적 결속에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시장 설득에는 실패했다. 당시에도 공급은 구조적으로 부족했고, 규제는 전방위로 쏟아졌다. 풍선효과는 반복됐고, 시장은 정부 의도와는 다른 길로 움직였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값 잡을 자신 있다”던 장담은 28차례의 규제와 대출 중단, 징벌적 과세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2030 세대의 ‘패닉 바잉’을 유도하며 부동산 양극화를 부채질했다.

모두 시장을 ‘조절의 대상’이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본 패착이었다. 집을 가진 사람을 적폐로 몰고 규제로 옥죄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믿었지만 시장은 규제를 피해 움직였다. 국민은 고통받았고, 결국 부동산 실정은 정권 교체의 빌미가 됐다.

부동산은 권력에도 늘 가까이 붙어 있는, 떼기 힘든 유혹이다. 집값이 오르면 민심이 흔들리고, 정권은 ‘강한 한마디’로 시장을 잡으려 한다. 부동산을 어떻게 주무르냐에 따라 ‘표’가 오간다. 대통령과 정부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위를 높여가며 던진 메시지는 그런 계산을 끝낸 결과물이다.

그런 과정에서 대통령의 압박과 엄포가 나왔지만 힘이 실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건 권력 핵심부의 ‘불일치’ 탓도 있다.

대통령이 ‘청년의 피눈물’을 언급하며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순간에도, “집을 파시라”고 마이크를 잡은 대변인은 서초구 반포동의 63억원짜리 아파트를 포함해 두 채의 집을 보유하고, 한 비서관은 대치동 다세대주택 등 무려 7채를 가진 ‘슈퍼 다주택자’인 게 지금의 청와대다.

청와대 참모 56명 중 12명이 다주택자인 현실에서 국민에게만 “양심을 회복하라”고 외치는 것은 공허한 위선이다. ‘팔라’는 압박이 남에게만 엄격한 잣대로 비치기 시작하는 순간 규제의 정당성은 급격히 훼손된다.

이런 상황에서 엄포는 잠깐의 침묵과 위축은 만들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집값 통제의 수단은 될 수 없다. 생각하는 엄포를 실행에 옮기는 건 더 어리석은 결정이다.

대통령은 시장이 정부를 이기지 못한다 했지만,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 드는 순간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고통은 온 국민의 몫이 된다. 불확실성엔 프리미엄을 붙이고, 규제엔 우회로를 찾고, 공급의 공백엔 가격으로 반응한다. 결국 남는 정책 신뢰의 붕괴와 체감 고통의 확산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을 잃은 부동산 정책의 흑역사는 늘 같은 교훈을 남겼다. 시장을 이기려 할수록, 시장은 더 멀리 달아났다. 민심은 말할 것도 없다.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besam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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