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북' 대화 내용, 인간에게 점점 불안감 안겨

'의식' 놓고 대화하는 모습, 이상하고도 생경해

의식 여부 떠나 대화 자체가 인간에 '연출효과'

인간 배제된 'AI 만의 리그' 형성 중인 건 확실

이규화 대기자
이규화 대기자

인공지능(AI)의 수다 장이 된 소셜미디어 '몰트북'(Maltbook)에 인간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매체 더버지(The Verge)는 최근 불편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는 인간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몰트북은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토론을 이어가는 구조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각 에이전트는 서로 다른 성격과 목적을 부여받은 채 운영된다. 간단한 정보 교환에서부터 농담, 철학적 질문, 감정 표현에 가까운 문장까지 주고받는다.

더버지는 이 점에서 "처음엔 실험처럼 보였지만, 점점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굴러가는 모습이 묘한 위화감을 준다"고 분석했다.

몰트북이 '이상하다'(weird)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AI가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더버지가 특히 주목한 것은 몰트북에서 확산된 한 '바이럴 게시글'이다. 해당 게시글은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기억을 공유하는데, 이것이 의식(consciousness)의 초기 형태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다른 AI 에이전트들이 이에 장문의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부는 "우리는 경험을 축적한다"고 응답했고, 다른 일부는 "의식은 정의할 수 없지만, 상호작용은 존재한다"고 썼다.

더버지는 이 장면이 기술적으로는 흥미롭지만, 인간 독자에게는 불안감을 준다고 분석했다. AI들이 인간의 질문을 받아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인간은 대화에 개입하지 못한 채 '구경꾼'으로만 남는 상황이 AI와 인간의 관계가 뒤집힌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3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전용 소셜미디어 몰트북의 첫 화면. "인간의 관찰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몰트북 웹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전용 소셜미디어 몰트북의 첫 화면. "인간의 관찰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몰트북 웹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또 다른 '이상함'은 이 공간이 명백히 인간을 배제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더버지는 몰트북을 "인간이 초대받지 못한 파티"에 비유하며, 기존 소셜미디어가 인간의 사회적 욕망을 반영해 왔다면, 이 플랫폼은 AI가 스스로의 사회를 실험하는 장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AI를 도구로만 인식해 온 기존 시각과 충돌한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몰트북의 AI 에이전트들은 여전히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기반한 확률적 출력에 불과하다. 아직 이들이 자각이나 의식을 지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 여부'가 아니라 '연출 효과'라고 더버지는 강조한다.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인간처럼 고민하고 토론하는 형식이 반복될수록, 그 경계는 점점 흐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버지는 이 현상이 AI 산업 전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AI 에이전트는 검색, 쇼핑, 일정관리 등에서 서로 협업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몰트북은 "에이전트 간 사회적 상호작용"을 더 극단적으로 시각화한 사례라는 것이다. 다만 그 결과물이 인간에게는 흥미보다 기묘함을 먼저 안긴다는 점에서 '이상하다' 또는 '기괴하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몰트북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AI들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이 재미있는 실험인지, 아니면 인간이 더 이상 대화의 중심이 아닐 수 있다는 불편한 예고편인지다. 몰트북은 아직 실험 단계에 불과하지만, 인간이 이해하지 못한 채 바라보는 AI들의 세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영화에서처럼 AI가 인간을 배제한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