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규정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반도체클러스터 지정과 재정 지원 근거 등이 담겼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국가 생존의 문제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국회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산업계가 가장 절실히 요구해 온 ‘52시간제 예외 조항’은 빠졌고, 그마저도 수개월에 걸친 논쟁 끝에 뒤늦게 처리됐다. 국회 입법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러고도 국회가 ‘전략산업 지원’을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미국은 반도체법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풀고, 유럽도 규제 완화와 지원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역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추격에 나서고 있다. 기술 격차는 하루아침에 벌어지지 않지만, 대응이 늦어지면 그 간극을 따라잡기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기술인력 확보부터 연구개발, 생산라인 증설과 인프라까지 반도체 산업의 모든 요소가 시간과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가 내놓은 결과물은 시급성과 실효성 어느 쪽에서도 낙제점이다. 쟁점이 크다는 이유로 알맹이를 뺐고, 이런 법안조차 신속히 통과시키지 못했다. 현장의 시계는 초 단위로 돌아가는데, 국회의 시계는 멈춰 선 듯한 현실이 반도체법 처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수출, 고용, 성장률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국회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선택’을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반쪽짜리 법안과 늑장 처리라는 오명이다. 그사이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미루며 불확실성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국회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런 국회가 과연 필요한가. 전략산업의 성패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 국회가 정치의 계산기에만 매달린다면 존재 이유는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국회는 정치적 유불리를 내려놓고 산업의 시간에 손발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전략산업의 법안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고, ‘국회 무용론’은 비판을 넘어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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