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폐지에 수익 직격탄

캐즘 극복 어렵지만 내실 다지기

원가구조 개선·포트폴리오 재편

ESS·로봇 등 비전기차 영역 확장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지난해 연간 성적표를 내놓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모두 연간과 분기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연간 기준으로는 개선 흐름을 확인했지만, 4분기에는 수요 둔화와 고정비 부담이 겹치며 체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배터리 산업은 지금이 바닥으로 회복 국면의 초입에 있는 걸까, 아니면 수요 둔화라는 긴 터널 속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일까.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봇이라는 비 전기차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 플랜트.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 플랜트. LG에너지솔루션 제공.

◇2년만 조단위 영업익 복귀… 분기 체력은 시험대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연간 기준 매출 23조6718억원과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33.9% 증가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다시 조 단위로 올라선 것은 2년 만이다. 역대 최대 기록인 2023년 2조16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24년 5754억원으로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타이트한 원가 관리 등 자구책으로 1년 만에 다시 2배 이상 개선한 것이다.

하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숫자가 달라진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조14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고, 영업손실은 1220억원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3328억원)를 제외하면 실질 영업손실은 4548억원에 달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3분기까지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74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2분기 4922억원, 3분기 6013억원으로 분기 규모를 확대했지만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개선 흐름과 달리 분기 기준 체력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하반기 ESS 양산을 앞둔 SK온 미국 조지아 공장 전경. SK온 제공.
올해 하반기 ESS 양산을 앞둔 SK온 미국 조지아 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온, 지난해 4분기 적자 확산…삼성SDI, 9년만 연간 적자 예상

SK온 역시 연간과 분기의 온도차가 뚜렷했다. SK온은 2025년 연간 기준 매출 6조9782억원과 영업손실 93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1.4% 증가했고, 영업손실도 17.3% 줄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연간 개선에도 불구하고 4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4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414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2024년 2분기 기록한 영업손실(-4601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내달 2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의 경우 상황은 한층 더 엄중하다. 2024년 4분기부터 분기 적자가 누적되며 연간 실적 전반에 부담이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SDI는 지난해 1분기 5435억원, 2분기 4642억원, 3분기 61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3076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약 1조926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적자를 내는 셈이다.

◇미국 보조금 중단발 배터리 직격…AMPC 감소 영업익 악재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가장 큰 요인은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꼽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9월말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한 것이 직격탄이 된 것이다.

보조금 중단 이후 북미 고객사들은 재고 조정에 나섰다. 포드와 GM 등 북미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잇따라 조정하고 있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했던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납품 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SK온과의 미국 합작법인 체제도 종료 절차에 들어갔다.

GM 역시 전기차 사업 조정과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비용을 지난해 4분기 장부에 총 71억달러(약 10조3000억원)의 특별비용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 중 약 60억달러(약 8조7000억원)가 전기차 사업 계획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차손과 공급업체 계약 취소와 정산 비용 등이다.

미국과 유럽의 전동화 속도조절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전략 고객사의 전기차향 파우치 배터리 물량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고수익 제품 출하가 줄면서 제품 믹스가 악화됐고, 수익성도 급격히 훼손됐다.

여기에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감소까지 겹치며 수익성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SK온의 AMPC 규모는 1분기 1708억원, 2분기 2734억원, 3분기 1731억원, 4분기 1013억원으로 4분기에 대폭 감소했다.

◇전기차 수요 회복은 '아직'… 보조금 없이도 경쟁력 내실 강화

국내 배터리 업계는 수요 환경이 여전히 차가운 만큼 당장의 업황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중단, 유럽연합(EU)의 전동화 속도 조절 등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는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대신 현재의 전기차 캐즘을 체질 전환기로 판단하고 원가 구조 개선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의 출시 예정 차종들이 취소되고 있지만, 과거 고가 모델 중심에서 벗어나 중저가·가성비 모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안건 SK온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8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중저가의 가성비 높은 전기차가 현재 출시되기 시작했다"며 "전기차 대중화 과정에서 완성차업체들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본질적인 비용 개선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업체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내실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해서 원가 절감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 기흥 본사. 삼성SDI 제공.
삼성SDI 기흥 본사. 삼성SDI 제공.

◇EV 라인에서 ESS로… 다음 먹거리는 '로봇용'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사업의 내실 강화를 넘어 ESS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전기차 캐즘 국면을 돌파할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가동을 목표로 얼티엄셀즈 단독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2027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다.

삼성SDI의 ESS 제품인 삼성배터리박스 1.5. 삼성SDI 제공.
삼성SDI의 ESS 제품인 삼성배터리박스 1.5. 삼성SDI 제공.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인디애나공장의 생산 라인 일부를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 코코모 합작 2공장과 GM과의 뉴칼라일 합작공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온 역시 미국 조지아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ESS용 LFP 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하며, 2028년 상업가동(SOP)을 앞둔 테네시 단독공장에서도 가동률 제고를 위해 ESS 라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용 배터리 역시 신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용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자율주행 로봇 업체 베어로보틱스에 217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며, 테슬라와 휴머노이드 로봇업체들과 공동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SDI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과 로봇 전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다. SK온도 현대위아의 물류로봇과 주차로봇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다목적 무인 차량과 선박용 ESS, 전기버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수 애플리케이션 업체들과 추가 공급 계약과 협업 등도 논의 중이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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