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인상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역사적인 (한미 간) 무역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목재, 제약 및 기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했다. 한국 국회가 지난해 타결된 한·미 무역 합의를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작년 말 타결된 양국 간 합의를 뒤엎는 것으로, 비슷한 합의를 한 다른 나라들도 동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는 작년 11월 한국이 3500억달러(약 505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가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합의, 실제 발효까지 됐다.

트럼프의 발표는 한국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안이하게 대처한 정부와 국회, 특히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지난 13일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을 제1수신자로,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수신 참고인으로 한 서한도 발송했다. 지난해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 담겼던 “미국 빅테크의 국내 사업 영위를 국내 기업과 차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 측의 ‘경고’에도 국가적 대사를 질질 끌다가 다시 관세 압박을 자초한 셈이다. 명백히 직무유기다. EU(유럽연합)와 일본은 이미 자국내에서 무역 합의에 따른 공식문서화와 행정조치를 끝마친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국회에 제출된 대미투자특별법이 ‘정치 입법’에만 몰두한 여당의 무관심과, 여당과 정부를 비판하기에 바쁜 야당 탓에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나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국정에 임하는 당정의 태도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대한민국 외교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협상”이자 “최대 성과”로 치켜세웠으며, 이재명 대통령을 “똑똑한 협상가”라고 자화자찬했다. 2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밴스 부통령을 만나고 26일 귀국한 김민석 총리는 밴스 부통령과 직통 전화번호를 교환해 ‘핫라인’을 구축하는 외교 성과를 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말짱 말뿐이었다. 트럼프의 ‘관세 겁박’이 이어지고 있는데 최고의 협상이고 최대 성과인가. 김 총리의 대미 핫라인은 왜 관세 폭탄 앞에서 ‘먹통’인가. 국정은 수사(修辭)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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