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

퍼블리시티권 보호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문화 산업의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음악, 영상, 게임, 광고를 넘어 이제는 개인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디지털 데이터로 복제되고 재가공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기술은 창작의 문턱을 낮추고 산업의 가능성을 넓히는 동시에,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 얼굴과 목소리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최근 AI 커버곡, 딥페이크 영상, 가상 광고 모델 등은 더 이상 일부 유명인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의 얼굴과 음성 또한 동의 없이 수집·가공·유통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이미 사람의 초상과 성명, 음성은 방송·영화·음악·광고 산업에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 일부 숏폼 콘텐츠에서도 제작자들은 일반인들의 음성을 AI로 활용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법 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은 자신의 성명, 초상, 음성 등 인격 표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독립된 권리로 정립돼 왔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다. 퍼블리시티권이 인격권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재산권적 성격을 지닌 새로운 권리인지에 대해 학계와 법원 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하급심 판결 역시 일관되지 않고, 아직 이를 명확히 정리한 대법원 판례도 없다.

이러한 법적 공백은 권리자에게는 불안정한 보호를, 이용자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안긴다. 어떤 경우는 허용되고, 어떤 경우는 침해가 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창작자와 산업, 그리고 개인 모두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퍼블리시티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개인의 초상과 음성 등이 지닌 재산적 가치를 명확히 인정하고, 공정한 이용 질서를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권리로 규정하되, 권리자의 생존 기간과 사망 후 30년까지 보호하도록 했다. 동시에 시사 보도나 공익적 목적의 이용은 예외로 두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을 고려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디지털 모사물’에 대해서는 명확한 표시 의무를 부과했다. 이는 기술 활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이용자와 소비자가 무엇을 보고 듣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투명성 장치다. 아울러 명예를 훼손하는 디지털 모사물 제작 등 고의적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책임을 묻도록 했다.

AI 등을 활용해 생성된 디지털 모사물을 공연·전송·배포할 경우, 해당 콘텐츠가 디지털 모사물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고 위반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다.

권리자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또한 디지털 모사물 제작 행위 등을 퍼블리시티권 침해 행위로 간주했다.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손해로 인정된 금액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이 법이 ‘기술을 막는 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기술 발전의 속도에 걸맞은 권리 보호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창작자와 산업이 안심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법이다. 권리가 명확해질수록 이용도 더 자유롭고 공정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화 정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다.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얼굴과 목소리가 무단으로 소비되는 나라는 결코 건강한 문화 강국일 수 없다. 퍼블리시티권 입법은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동시에,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다.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법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며 인간의 권리와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 책임이며, 입법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통해 개인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동시에, 문화 콘텐츠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