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확산에 귀금속으로 쏠린 자금
중앙은행 매수·달러 약세가 밀어 올린 금값
전문가들 “단기 조정 가능성 있어도 흐름은 상방”
국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선 데다 국내에서도 한 돈당 100만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귀금속이 다시 핵심 자산으로 부각되면서 중장기 전망 역시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통화·산업 수요가 동시에 맞물리며 금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1.03% 오른 온스당 5034.05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을 새로 썼다.
금값은 연초 이후 15% 올랐고 1년 동안 누적 79%나 급등했다. 국내 금값은 이날 오전 순금 한 돈 소비자 매입 가격이 101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금값 100만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복합적인 글로벌 리스크가 금값을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추진과 이를 둘러싼 나토(NATO) 내부 갈등, 미·중 갈등의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외교적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요국의 재정적자 확대가 동시에 작용하며 실물 자산 선호 심리를 극대화한 영향도 있다. 특히 달러화 신뢰 약화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금 가격을 강하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금값이 치솟자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올해 들어 10%를 훌쩍 넘어섰다. TIGER KRX 금 현물은 연초 이후 13.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ACE KRX 금 현물의 수익률은 12.60%, KODEX 금 액티브는 13.86%, SOL 국제 금은 13.51%로 각각 집계됐다.
금값 상승에 힘입어 은 가격 역시 온스당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은 ETF도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KODEX 은 선물(H)은 올해 들어 38.87% 상승했다.
은 가격의 상승은 금과는 결이 다르다. 안전자산 성격과 함께 태양광, 전기차,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화가 은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금보다 변동성은 크지만 상승 탄력도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주 금요일 귀금속은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불안으로 이중의 상승 압력을 받았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 대형 함대가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미국이 무력으로 정권 전복을 시도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귀금속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유동성 확대 움직임과 트럼프의 ‘파포(FAFO·까불면 다친다는 뜻의 미국 속어) 외교’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귀금속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중장기 추세로도 여전히 우상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하 국면 진입 가능성, 달러 약세 전환,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전략 변화가 지속될 경우 귀금속 강세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026년 말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전 목표치인 4900달러보다 약 10% 높은 수준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정책 완화 기조 아래 골드바와 ETF 같은 투자 수요, 외환 보유고 다변화를 위한 중앙은행의 매수세가 금 가격 강세의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정책 완화로 전환된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금 가격은 연내 6000달러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며 “올해 금 투자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된 만큼 변동성 확대 국면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의 선별적 접근을 주문하기도 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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