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 정치사의 산증인이자 ‘킹메이커’로 불려온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마지막 72시간은 공적 책무를 위한 강행군이었다.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22일 민주평통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 운영위원회 주재를 위해 베트남 호치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수석부의장은 출국 전부터 심한 감기몸살 기운을 호소했으나, “중요한 해외 회의를 빠질 수 없다”며 일정을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극은 호찌민 도착 이튿날인 23일 시작됐다. 오전부터 컨디션이 급격히 악화되자 수행단은 남은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후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에 도착해 탑승 수속을 밟던 중,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위급 상황은 귀국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후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밟던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공항 의료진의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탐안(Tam Anh)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송 도중 한 차례 심정지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전 총리가 위독하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조정식 정무특보를 현지로 급파했다. 조 특보는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최민희·김현·김태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날 잇따라 호찌민에 도착해 병상을 지켰다.
병원 측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하고 스텐트 시술과 에크모(ECMO) 치료를 병행했으나, 고인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에어 앰뷸런스를 통한 국내 이송을 타진했으나, 환자 상태가 위중해 비행이 불가능하다는 현지 의료진 소견에 따라 무산됐다.
이 수석부의장은 입원 48시간 만인 25일 오후 2시 48분(현지시간) 현지 병원에서 영면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큰 슬픔에 잠겼다. 민주당은 대변인단 논평뿐 아니라 지도부와 의원 개개인이 잇따라 추모 메시지를 내며 ‘정신적 지주’를 잃은 상실감을 표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전 총리가 운명했다는 비보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평생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의 명복을 빈다”고 비통해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주의를 향한 평생의 여정에 경의와 감사를 올린다”고 논평했고, 조승래 사무총장은 “고인의 뜻과 발자취를 늘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에서도 정치적 입장을 떠나 원로 정치인의 타계에 정중한 조의를 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7선 의원과 총리를 역임하며 오랜 세월 대한민국 정치 현장에서 소임을 다하셨다”고 추모했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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