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세미나서 영상메시지 보내
李, 직접 첨삭하고 내용도 추가
반도체 호황에도 “마지막 기회”
혁신 없이 ‘지속가능’ 불가 경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임직원들에게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AI) 열풍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짧은 봄날’ 보다는 끊임없는 혁신 노력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사즉생’(죽고자 하면 산다) 메시지로 임원들의 분발을 당부했고, 이번에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배수진’의 자세를 주문했다.
과거 미국과 일본 등도 반도체 호황에 취해있다가 한국과 대만의 추격을 허용한 바 있다. 이는 역으로 삼성 역시 기존 시장의 틀에만 얶매여 있다가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게 먹혀 공룡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영상물을 상영해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이 회장이 직접 감수하고 내용도 추가했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임원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올해 영상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라진 건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2007년 1월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이 발언할 당시에는 일본 가전의 아성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중국의 저가공세가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샌드위치’ 형국이 반도체 시장까지 확장됐다. TV 등 가전 시장에서는 중국 TCL과 일본 소니가 손을 잡고 삼성전자 TV 1위 구도를 깨기 위한 연합전선까지 구축한 상황이다.
최근 빅테크들의 생산 문의가 늘고 있긴 하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여전히 아픈 고리다. 이 회장이 제시한 2030년 반도체 1위 등극을 위해서는 TSMC와 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1.0% 대 6.8%로 더 벌어졌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수여했다. 이는 이 회장이 역대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2023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달 8일 공개된 잠정 실적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주가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종가는 15만2100원으로 작년 1월 초 주가(5만7300원) 대비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삼성은 위기나 전환기마다 회장의 ‘죽비’ 발언으로 돌파했다. 30여년전 전 선대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에서부터 메모리 위기에 몰렸던 작년 이 회장의 ‘사즉생’ 메시지는 삼성을 거듭나게 했다.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장우진 기자(jwj1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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