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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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공급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국내 토큰증권(STO) 산업이 멈춰섰다. 최근 관련 법안이 수년 만에 국회를 통과하며 산업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특정 기업의 이의제기와 관련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토큰화 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번 국내 업계만 소외될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는 오는 28일 정례회의를 열고 조각투자 등 STO 유통 플랫폼 예비인가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 7일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루센트블록이 심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연기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을 조정 중"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정부와 여당이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사실상 시작 단계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이번 심사 지연으로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권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 플랫폼 도입을 이미 발표했다. 24시간 거래와 당일(T+0) 실시간 결제는 지원하기로 했다. 나스닥도 2026년 3분기를 목표로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만 남은 상황이다.

한국도 지난 15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토큰증권 법제화는 완료했다. 하지만 토큰증권이 실제로 거래될 유통 플랫폼의 예비인가가 지연되며 '고속도로는 개통됐지만, 차가 달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심사 지연의 배경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개입이 꼽힌다. 루센트블록이 국내 벤처기업 전반에 대한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의 다툼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루센트블록만이 스타트업이 아니라며 특정 1개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합격권에 든 수십여개의 핀테크 스타트업과 발행사들의 발목을 잡는 '역차별'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비인가 대상으로 선정된 KDX와 NXT 컨소시엄에는 뮤직카우, 카사코리아, 펀블, 세종디엑스 등 규제 샌드박스를 졸업한 조각투자 사업자 4곳이 포함돼 있다"며 "우리도 샌드박스 출신이지만 장외거래소 인가 기준이 1차 발행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준비했다. 오히려 원칙을 지킨 기업이 바보가 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건 하나로 향후 수백개의 샌드박스 출신 기업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샌드박스 종료가 자동 인가로 오해될 수 있는 나쁜 선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토큰증권법이 이미 수년간 지연된 상황에서 제도화를 기다려 온 발행사와 플랫폼 기업들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논란이 시장 개설 지연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다수의 혁신사업자와 조각투자 사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뮤직카우는 NXT 컨소시엄에 참여한 4개 조각투자 사업자 중 하나다. 이밖에 스탁키퍼, 투게더아트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KDX 컨소시엄은 바이셀스탠다드를 포함해 60곳이 넘는 증권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매달 서버비와 인건비로 수억원이 나가는데 기약 없이 기다리는 건 스타트업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토큰증권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발행된 증권이 거래되지 못하면 투자자 유입도, 신규 상품 개발도 멈춰설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제화의 의미가 퇴색되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이 이미 인프라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 토큰화 자산 시장은 올해 4000억달러에서 2033년 18조9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로 약 2경68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다. 일본은 토큰증권 누적 발행액이 이미 6조원을 돌파했다. 독일의 21X는 세계 최초 블록체인 증권거래소로 이미 출범해 디지털 채권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는 토큰화 예금 기반 블록체인 결제 서비스 DiSH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디지털 금융 주권을 지킬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내부 형평성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한국의 우량 IP가 미국이나 싱가포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종속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 인프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혁신의 공로와 금융투자업 인가 기준을 구분 지어 평가해야 한다"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글로벌 수준의 자본력과 인프라를 갖춘 곳부터 먼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시장 전체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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