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한국코치협회 코치

몇 년 전 기업에서 관리자로 근무하던 시절, 신입 인턴 두 명을 동시에 채용했다. 두 사람의 전공과 경험, 업무 태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실제 업무평가에서도 “둘 다 정직원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개인 역량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채용 시장과 회사 상황이 급변했다.예상보다 빠르게 경기가 둔화됐고, 회사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며 인력 감축 이슈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조직은 두 명 중 한 명만 정직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직원 전환에서 제외된 직원은 과연 능력이 부족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회사 상황이 조금만 달랐다면, 정원(TO)이 두 명이었다면 그는 충분히 합격했고 지금도 조직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은 그 사실을 그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계약 종료 사유로 ‘회사 사정’을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자는 부족한 점을 찾아내 피드백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했다. 그는 그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납득하지 못한 채 ‘부적합자’라는 평가를 안고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 장면은 지금의 취업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의 성장 국면이었다면 서류와 면접을 통과했을 지원자들이 지금은 반복적인 불합격을 경험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준이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채용은 언제나 개인 역량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장 상황, 사업 전략, 인건비 구조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취업 컨설팅 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을 자주 마주한다. 서류와 면접에서 여러 차례 불합격을 경험한 한 취업 준비생은 “내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펙을 하나씩 점검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깎아내렸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수록 자존감은 빠르게 무너졌다. 하지만 그의 이력서와 면접 내용은 이전 채용 시장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달라진 시장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취업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데 익숙하다. “준비가 부족하다”, “스펙이 약하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 취업 문턱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제 신입 채용에서조차 기존의 공모전 경험을 넘어, 인턴십 경험과 실무 프로젝트 수행 등 사실상 경력직에 가까운 요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 전선에 서기보다 여러 단계의 사전 경쟁을 통과해야만 지원 자격을 얻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락을 모두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취업은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 평가이며 그 상대성은 시장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같은 스펙, 같은 능력이라도 언제 지원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취업은 종종 ‘운’처럼 느껴진다.

채용은 하나의 의사 결정이다. 그리고 모든 의사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기업은 구조적 제약과 시장 변수 속에서 채용 결정을 내린 후, 지원자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지원자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채용 결과를 개인의 적합성 문제로만 환원하는 방식이 과연 최선인지, 보다 현실적인 설명과 피드백의 방식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취업 준비생 역시 불합격을 곧바로 자기 부정으로 연결짓기보다 지금의 시장이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불합격은 항상 개인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선택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 결과일 뿐이다. 취업이 ‘운’처럼 느껴지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그 운을 만들어낸 구조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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