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AI 발달로 ‘뇌임플란트’ 기술 고도화
일론 머스크, 뉴럴링크 통해 BCI 칩 대량생산 밝혀
의학적 위험성·기술적 난제·윤리적 문제 등 해결 남아
2018년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는 괴한들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고 본인은 사지마비 환자가 된 주인공이 인공지능(AI) 칩 '스템'을 이식해 복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에서는 차량 전복 사고와 괴한들의 총격으로 아내를 잃은 주인공은 경추에 총을 맞아 목 위를 제외한 전신이 마비됐다. 하지만, 컴퓨터 회사 대표의 제안으로 스템을 이식해 마비된 신경기능을 스템이 대신하면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SF 영화 속 내용으로 치부했던 일들이 급격한 뇌과학기술 발전으로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불의의 사고 등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 첨단 뇌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손과 발을 다시 쓰고,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앞을 볼 수 있는 날이 '뇌 임플란트' 기술 덕분에 머지 않아 보인다.
뇌 임플란트 기술은 뇌 신호를 읽거나 뇌에 자극을 주는 미세 전극이나 칩을 뇌 속 특정 영역에 이식하는 것을 뜻한다.
뇌세포(뉴런) 사이의 전기적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거꾸로 외부 정보를 전기 자극으로 바꿔 뇌에 전달함으로써 감각을 복원시킨다.이를 구현하는 핵심은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이다.
이런 기술은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조작하거나, 말을 할 수 없는 환자가 뇌 신호를 통해 의사 표현을 하는 데 쓰인다. 우울증과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 연구에도 활용된다.
최근 BCI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행보다.
일론 머스크는 이달 초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뉴럴링크는 올해부터 BCI 장치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며 "수술 절차를 간소화하고 거의 완전히 자동화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BCI가 임상 단계를 넘어 상용화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뉴럴링크는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두뇌에 심어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BCI 칩을 개발해 왔다.지난 2023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이듬해인 1월 중증 사지마비 환자에게 뉴럴링크 칩을 이식하는 첫 임상을 시작했다. 이 환자는 이식 이후 인터넷 검색과 소셜미디어(SNS) 게시 등을 수행했고, 지금까지 10명 이상의 중증 환자가 이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CI 기술은 크게 뇌에 직접 전극을 이식하는 '침습형', 외부에 전극을 부착해 뇌파를 측정하는 '비침습형' 등으로 나뉜다. 뉴럴링크는 뇌에 직접 칩을 삽입하는 침습형 BCI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 오픈AI가 투자한 머지랩스는 비침습 또는 최소침습 BC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BCI 분야 투자에 나서면서 AI와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뇌에서 나오는 거칠고 파편화된 신호를 AI가 학습해 사용자가 의도하고자 하는 문장을 매끄럽게 완성해 주는 AI 에이전트 기술과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BCI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두개골을 열어 전극이나 칩을 이식해야 하는 수술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감염, 출혈 등의 위험이 뒤따른다.
전극과 뇌 조직 사이의 마모, 염증 반응, 전극 부식 문제뿐 아니라, 배터리 사용과 뇌 속 기기 연산에 따른 발열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도 안고 있다.
윤리·사회적 문제도 안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뇌 신호를 해킹하거나, 의료적 활용을 넘어 인간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 악용할 경우 커다란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뇌임플란트 기술은 실험실을 넘어 임상을 거쳐 치료에 근접한 상용화 기술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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