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자자 무역법 301조 조사 청원…관세 등 보복 가능성도
미 정부 45일내 조사 여부 결정해야
한국 정부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통상 문제로 비화 사안 아냐"
"45일 동안 한미 간 협의 본격화될 것…통상, 확산되지 않게 관리"
쿠팡 사태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로 확산될 조짐에 따라 한미 간 통상·외교 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조사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와 함께 USTR 조사 청원을 넣으며 한국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쿠팡 사태를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는 것으로 통상이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조사가 현실화될 경우 외교·통상적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우리 정부가 통상·외교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 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 이와 동시에, 미 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 한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청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부당 조사로 쿠팡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손실을 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Inc.)가 소유하고 있는데, 쿠팡 모회사 의결권의 70% 이상을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보유하고 있다. 그린옥스의 창립자 겸 파트너인 닐 메타는 쿠팡Inc의 이사회 멤버다.
이는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관련 조사와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USTR에 청원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정책·관행으로 미국의 무역을 제한 또는 부담을 줄 경우 이에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이해관계자 누구나 조사를 청원할 수 있고, USTR은 청원 접수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늦어도 3월 초중순까지 쿠팡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USTR이 조사 개시를 결정하면 한국 정부와 협의에 나서게 된다. 문제는 무역법 301조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 수입 제한 등 보복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미 간 통상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미 투자사들의 중재 의향서와 USTR 조사 청원 등을 면밀히 검토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공정하고 투명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정당하고 적법한 규제 권한 행사"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정부는 쿠팡 사태가 한미 간 통상이나 외교 마찰로 비화되지 않도록 대응 방안도 고심 중이다.
앞서,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미국 JD 밴스 부통령을 만나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아니다라는 점을 명료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투자사들이 무역법 301조를 수단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들어 우리 정부에게 통상 대응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당사자 구제 절차인 ISDS와 미국 정부를 통한 압박 수단인 무역법 301조를 병행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으로 보인다"며 "ISDS는 미국 투자자와 한국 정부 간 분쟁해결절차로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301조는 청원 접수 후 45일 이내 미국 정부가 조사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해 단기적인 압박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45일 동안 양국 간의 협의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정당한 규제 집행이라는 원칙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불필요한 통상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현재 쿠팡을 대상으로 입점업체의 인기 상품 가로채기 의혹,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당초 2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조사는 3주째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소재 쿠팡 본사에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시장감시국과 기업집단감시국, 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공정위 조사관리관 산하의 3국이 실시 중이고, 3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원승일 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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