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3차 상법개정 드라이브

野 "화려한 포장지"…국민 설득은 ‘글쎄’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국민의힘의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허황된 구호", "정치적 수사"라며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을 정면 비판했던 국민의힘은 코스피 5000 지수 돌파 이후 뚜렷한 대응 전략을 찾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치적으로 '체제 수호'라는 보수의 가치를 상실했다면, 코스피 5000은 국민의힘이 내세워온 '경제는 보수' 프레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은 자본시장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5000을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3차 상법 개정안을 조만간 본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원안 그대로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개정안은 이르면 이번 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기업들이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도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안에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자사주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켰다는 판단 아래, 주주 환원과 기업 가치 제고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재계는 예외 조항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수정안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업의 특수 사례가 거론되고 있으나 "주주 동의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권 내부에서는 5000을 돌파한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시점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저지선'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을 '반시장적 입법'으로 규정하며 코스피 하락을 경고해왔지만, 정작 지수가 5000을 돌파하면서 논리의 전제가 흔들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처지는 특히 난감해졌다. 그는 지난해 "민주노총에 사로잡힌 정부로는 (코스피 5000을) 절대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지수는 고점을 돌파했다. 상법 개정을 둘러싼 대여 투쟁 동력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뒤늦게 물가 상승, 원화 가치 하락, 자산 버블 가능성 등을 들어 '5000의 허상'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은 -0.3% 역성장, 역대 6번째 부진이며 1인당 GDP도 0.3% 감소했다. 코스피 5000은 국민에겐 체감 없는 착시의 시간일 수 있다는 우려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수 상승이라는 직관적인 성과 앞에서 복합적 경제 지표를 내세운 반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반면 여권은 코스피 5000을 실용주의 경제 노선의 성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0 돌파를 자본시장 정상화의 신호로 의미를 부여했고, 민주당은 추가 개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3차 상법개정도 조속하게 처리될 전망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2차 종합특검법 처리에 반대해 단식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중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종합특검법 처리에 반대해 단식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중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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