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직무범위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예상보다 광범위한 영역까지 특사경 직무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한 금감원은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 설치 등 자체 통제장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자체 심의위를 통해 수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공권력 통제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위에 '특사경 활용도 제고 방안'을 제출했다. 금융위는 즉각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 제안 상당수에 근거나 타당성이 충족하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금감원이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와 민생 특사경 도입을 넘어 회계감리과 금융회사 검사 영역까지 직무 범위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사 업무를 담당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조사·민생범죄 대응뿐 아니라 검사·회계감리 영역에서도 특사경 도입의 실익이 크다고 보고한 상태다.

이에 회계감리를 받는 민간기업 전체가 금감원의 잠재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금융회사 검사 과정에서 곧바로 형사 절차로 전환될 수 있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금감원은 이 같은 직무범위 확대가 조직 몸집 불리기나 권한 확대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지시에 따라 검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민간기구인 금감원이 민간기업·금융회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동결, 디지털 포렌식 등 전방위 수사 권한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법리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 직접 채용, 정치적 중립 의무, 단체행동권 제한, 징계 제도 등을 통해 직무 공정성이 담보되지만 금감원과 같은 공무 수탁 사인은 이러한 장치가 적용되지 않아 공권력 남용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이다.금감원은 공권력 남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체적인 통제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금융위 심의위와는 별개로 금감원 인지수사 착수를 결정할 심의위를 산하에 둔다. 위원장은 금감원 공시조사 부원장보가 맡되 중립성을 위해 금융위 심의위 위원을 포함해 양 기관의 인원 비율이 최소 동수가 되도록 구성한다. 법률자문관 등 외부위원도 포함한다.

인지수사 상황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 대면 보고한다. 다만 수사 착수 시 보고를 거치면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사후에 결과를 보고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조사국의 기획조사 사건만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내용 등을 세칙에 명시해 인지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영장주의 회피 우려를 잠재우고자 수사 전환 이전까지 조사·수사부서 간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특사경 역할 강화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인지수사권 부여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자체 심의위를 두고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 자체가 권한·통제에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이억원(가운데) 금융위원장과 이찬진(오른쪽)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억원(가운데) 금융위원장과 이찬진(오른쪽)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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