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을 품은 여중생이 만나주지 않자 망치로 살해를 시도한 10대 지적 장애인에 대해 형을 선고하기 전 정신적 장애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군(19)에 장기 9년, 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세 미만 소년범은 장기(최장 10년)·단기(최장 5년)의 부정기형을 선고하는데 수형 상태에 따라 수감 기간이 늘거나 줄 수 있다.
A 군은 2023년 11월 같은 중학교에 재학 중이며 호감을 품은 피해 여학생(14)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이듬해 8월 살해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망치 등 흉기를 미리 구입한 후, 사건 당일 피해자가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히자 머리를 8차례 내려치는 등 살해를 시도했다. 다만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지적장애 3급을 진단받은 A 군은 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지 20일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지능지수는 55로 ‘심한 장애’ 등급 수준이다.
1심 재판부는 A군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하고 징역 장기 8년·단기 5년을 선고했다. 양측의 양형부당 주장으로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첫 공판에 변론을 종결한 뒤 원심을 파기하고 장기 9년·단기 6년으로 가중 처벌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A 군의 특성을 고려한 심리와 양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 군은 앞서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정신적 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며 1심에서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법적 지원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소년법의 목적, 장애인인 소년의 절차적 지위와 권리 등을 종합하면 정신적 장애인인 소년의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그가 호소하는 정신적 장애나 사법적 조력 요청 등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A군 측의 정신장애 관련 주장을 핑계로 보고 형을 가중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적 장애를 이유로 심신장애 등을 주장하는 것을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인격적 비난 요소로서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피고인이 장애를 밝히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장애인이 충분한 방어 행위를 못하게 해 비장애인과의 관계에서 실질적 평등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짚었다.
박용성 기자(dragon@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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