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에 중재의향서 보내…개인정보 유출사고에 韓대응 문제삼아

서울 송파쿠 쿠팡 본사 앞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송파쿠 쿠팡 본사 앞 [연합뉴스 자료사진]

쿠팡의 주요 주주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따른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한국 당국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구실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투자사들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도 별도의 청원을 내고,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조사와 관세 부과 등 무역 구제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아 행정 권력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쿠팡에서는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일어나 우리 정부가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중재 청구를 제기한다는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쿠팡이 작년 11월 30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한 이후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약 27% 하락했다. 쿠팡에 투자한 ‘큰손’인 이들 투자사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쿠팡 사업을 마비시키기 위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성이 적은 노동, 금융, 관세 분야까지 정부 차원으로 전방위적인 대응을 시작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Inc.)가 소유하고 있다. 이들 투자사는 한국에 보낸 중재의향서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의)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투자사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커빙턴)이 공개한 이 통지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기재했다.

이들은 쿠팡이 한국 및 중국 대기업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시작하자 한국 정부가 쿠팡을 겨냥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감사, 조사, 압수수색 등을 수백 차례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사들은 “쿠팡은 중국 정부, 더불어민주당, 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close ties)를 유지하는 한국 내 중국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쿠팡이 한국 및 중국 경쟁사들의 오래된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정부는 행정 권력을 무기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을 “구실(pretext)”로 삼아 쿠팡을 상대로 “허위·명예훼손적 캠페인”을 전개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김민석 국무총리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법 집행과 관련해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각오로 해야 한다’고 정부 규제 당국에 촉구했다”라고도 설명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원 등의 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마피아를 소탕해 시장 질서를 잡을 정도로 한다는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 투자사는 또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차별적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미국 투자자들은 쿠팡에 대한 투자를 보호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조약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투자사들의 움직임을 두고 로이터 통신은 “미국 무역법과 국제 협정을 동원해 한국 당국의 조치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업 간 분쟁을 정부 간 무역 이슈로 고조시킬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중재 신청은 본격적인 중재 절차에 착수하기 전 90일간의 ‘냉각기간’이 있다. 이와 별도로 USTR은 공식 조사 착수 여부 결정에 최대 45일이 걸린다.

한국 법무부는 이와 관련, “향후 내부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과 합동 대응 체계를 수립하고 중재의향서와 관련된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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