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서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서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을 돌파했다. 22일 코스피는 4987로 시작해 놀라운 상승세로 5000을 넘어서 5019까지 찍기도 했다. 이후 매물이 출회되면서 4952.53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021년 1월 30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약 4년 동안 박스권 안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4000을 넘어섰고, 3개월여 만에 5000을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 중 하나인 ‘코스피 5000’ 조기 달성에 더불어민주당은 “꿈은 이루어진다”며 환호했다. ‘오천피’라는 상징적 숫자는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기업과 투자자, 정책 당국 모두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숫자에 취하는 순간, 상승은 경고음으로 바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시해야 할 대목은 상승의 동력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풍부한 유동성과 정책 기대, 단기 자금 유입이 주된 힘이라면 위험 신호다.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 생산성, 기술 경쟁력, 지배구조 개선 같은 기초 체력이 약한 상태에서의 고공비행은 작은 충격에도 급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과거의 여러 버블 국면이 이를 증명한다. 빠른 상승은 언제나 빠른 하강의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었다. 여기서 정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정책 성과로 포장하거나, 단기 부양에 집착하는 순간 시장의 균형은 무너진다.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지수를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일이 아니라,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사상 첫 오천피는 시험대다. 펀더멘털이 약한 상승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들뜬 축배가 아니라, 오천피를 지탱할 힘이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다. 기업 실적 지속성은 충분한지,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은 강화되고 있는지,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신뢰는 높아지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준비 없는 비상은 추락을 부를 뿐이다. 코스피 5000 이후의 길은 환호가 아니라 실력으로 열어야 한다. 정부 정책은 단기 부양의 유혹을 경계하고, 기업은 내실과 혁신으로 답하며, 투자자는 위험 관리로 균형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실력과 신뢰, 그리고 꾸준한 개선만이 이 고점을 새로운 출발선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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