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융지주 이사회 교수편중 인사 지적

4대금융 사외이사 32명 중 23명 3월 임기 만료

지주 "전문성·실무경험 강화한 인물로 물색"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구성 전반을 재점검하며 이사회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사외이사 절반이 전·현직 교수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지주들은 기존 인선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독립성, 실무경험을 강화한 인물로 후보군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금융의 사외이사는 총 32명이다. 이중 교수 출신이 14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KB금융은 7명 중 4명, 신한은 9명 중 4명이 교수다. 나머지 5명 중 2명은 겸임교수다. 하나금융은 9명 중 3명, 우리금융은 7명 중 3명이 현직 교수다. 기업인 출신은 6명(18.8%), 금융권 실무 경험자 출신은 4명(12.5%)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사들은 변호사, 회계사 등 기타 전문직에 속한다.

4대금융 사외이사 32명 중 23명(71.9%)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3월 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대거 물갈이될지 관심이다.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에 교수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이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전문성을 충족하는 후보군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실무 경험이 부족한 인사가 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 교수는 연구·교육을 통해 특정 분야 전문성을 축적한 인력으로 분류되기 쉽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한 실무 대응 능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정보기술(IT) 보안 전문가와 금융소비자 분야 전문가를 각각 최소 1인 이상 이사회에 포함하도록 금융지주에 사실상 권고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이사회 구성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등 특정 직업 집단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며 현업 전문가와 국제적 사례를 참고한 다양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이사회 개편이 선택이 아닌 과제로 떠올랐다. 내부 통제 강화와 리스크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 자체가 지주사의 신뢰도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독립성을 갖추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요구받고 있다"며 "인물 교체보다 인선 기준의 변화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이사회 재편 움직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금융지주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단순한 전관 배제 논란을 넘어 이사회가 금융지주의 전략과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계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는 평가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구성을 문제 삼는 이유는 전문성 부족보다는 실질적인 경영 감시 역할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며 "학계 인사는 독립성은 강점이지만 현안 대응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특정 직군에 과도하게 편중된 이사회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이번 주총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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