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방문으로 ‘퇴로’ 명분 확보한 장동혁
보수 진영 총결집 속 한동훈 전 대표만 ‘고립무원’
여론조사서도 ‘한동훈 제명 찬성’ 우세… 정치적 입지 위축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단식 8일째인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문 직후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의 만류를 명분 삼아 장 대표는 '보수 대통합'의 모양새를 갖추며 퇴로를 확보한 반면 단식 기간 침묵으로 일관한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적 고립이 심화되며 사실상 퇴로가 차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국회 농성장을 찾은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위해 단식을 멈춰달라"고 호소하자 "그렇게 하겠다"며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후 입장문을 통해 "더 큰 싸움을 위해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힌 뒤 서울 관악구 양지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장 대표의 단식 종료 시점과 방식이 한 전 대표의 입지를 급격히 위축시켰다고 보고 있다. 장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는 지난 일주일간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반(反)윤 인사들까지 방문하며 범보수 진영의 결집지로 부상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보수 원팀' 기류에서 이탈한 모양새가 됐다.
여론 지표도 한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윤리위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43%로 '잘못한 결정'(38%)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53%가 제명에 찬성해, 한 전 대표가 기대했던 '박해 서사'가 당심에 먹혀들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잘한 결정' 43%, '잘못한 결정' 41%로,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이념 성향별로 봐도 진보층, 중도층, 보수층 모두에서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진보층에서는 '잘한 결정' 44% '잘못한 결정' 42%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는 '잘한 결정' 42% '잘못한 결정' 41%, 보수층에서는 '잘한 결정' 49% '잘못한 결정' 3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당내외에서는 한 전 대표가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의 불참을 두고 "정치적 기교가 부족하다"며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급 과제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10년 만에 국회를 찾아 보수 통합의 마침표를 찍어줬다"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옹졸하게 단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들은 감히 보수라는 울타리에 발을 들일 자격조차 없다"고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한 전 대표가 단식 농성장 방문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향후 병문안을 통한 화해 제스처조차 정치적 실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가 단식장에 찾아갔다면 우군을 만들 기회가 있었겠지만 이미 기회를 놓쳤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친한계 인사는 "비판의 순서가 잘못됐다. 만약 한 전 대표가 농성장을 방문했다면 단식의 취지가 '당내 분란을 잠재우기 위한 단식'으로 변질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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